김성진 셀라이온바이오메드 대표(사진)는 21일 “현재까지 간경변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셀라이온바이오메드는 서석효 이화여대 의학과 교수의 신약 기술을 기반으로 2018년 설립됐다.
세포에는 물질을 전달하는 통로인 ‘채널’이 있다. 체내 물질 전달은 주로 혈관을 통해 이뤄지지만 세포 속에선 이 채널이 이온 물질 전달을 맡는다. 2003년 칼륨이온 채널 구조를 밝힌 피터 에이그리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로더릭 매키넌 록펠러대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이후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도 소듐 채널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제다. 소듐 채널은 신경 통증에 관여하는 물질을 전달하는 통로다. 이 채널의 흐름을 막으면 진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포막엔 소듐 외에 칼슘, 포타슘 등 다양한 이온 물질을 전달하는 채널이 있다. 이 중 포타슘 채널은 염증과 섬유화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화는 장기의 일부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다. 업계에선 포타슘 채널에서 이뤄지는 물질 대사를 억제하면 간경변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는 소듐 채널을 차단해 간경변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 3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셀라이온바이오메드는 포타슘 채널을 차단하는 대신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다. 포타슘 채널이 세포막에서 발현하는 양을 조절해 물질 대사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포타슘 채널 발현을 줄이면 염증이나 섬유화 질환을 억제하면서 독성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라이온바이오메드는 간경변 후보물질인 ‘CBM-N1’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1990년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중추신경계 약물의 일부 성분 중에서 후보물질을 찾아낸 것”이라며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임상 1상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회사는 폐섬유화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현재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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