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고요한 사건’은 열여덟 살에 죽은 고양이를 처음 본 ‘나’가 그 겨울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재개발이 기대되는 허름한 주택가에서 어느 날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지도 못하고, 고양이 아저씨가 얻어맞는 것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방관자로서 나를 보여준다.
2020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여성이 모성에 갇힌 욕망을 서서히 발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백 작가는 “미국 여성 작가가 19세기 후반 발표한 단편과 브라질 여성 작가가 20세기 중반에 쓴 단편을 읽은 후 영감을 얻어 이들 작품에 대한 21세기 한국 여성 작가의 응답을 보내고 싶어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흑설탕 캔디’는 시몬 드 보부아르가 18세에 쓰다 만 습작 장편의 서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다.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인생의 특별한 서사를 꿈꿨던 할머니의 고독과 외로움을 다채롭게 변주했다.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여름의 빌라’에선 ‘주아’와 ‘베레나’ 부부가 달과 태양의 일식처럼 포개어졌다 다시 멀어지는 과정을 통해 과거에 다다르는 과정을 그려낸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내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하는 것이 이 사랑의 방식이라는 믿음 속에서 소설들을 썼다”고 밝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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