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A씨 측은 “피해자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약 20명의 전·현직 비서관에게 박 시장이 보낸 속옷차림 사진 등을 보여주는 등 (성추행과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으며 전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박 시장이 보낸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동료와 인사담당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담당자들은 피해자에게 ‘남은 30년간 편하게 공무원생활 하게 해주겠다’고 했고, ‘인사이동은 시장에게 직접 허락받으라’고 했다”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에 대한 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용이하게 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시장을 정점으로 하는 서울시의 업무체계가 이들을 침묵하도록 만든 위력적 구조”라며 “(박 시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권력적인 은폐·비호가 있었던 조직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조사의 주체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라며 서울시 조사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역대 비서실장들이 최근 언론에 (박 시장의 성추행을) 전혀 몰랐다는 인터뷰를 했다”며 “이는 사실상 서울시 조사에서 성폭력 발생이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피해자 지원단체 등이 합동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을 백지화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피해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서울시는 조사단 구성을 중지한다”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의뢰하면 적극 협조하고 검경 수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의 유류품으로 발견된 휴대폰 비밀번호가 해제됨에 따라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비밀번호는 피해자 측에서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유족 대리인과 서울시 측의 참여하에 휴대폰 봉인해제 등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남영/박종관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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