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네즈 대신 바질페스토, 간장 대신 라조장과 해선장.’
소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제외하면 돈가스(한국식 포크 커틀릿) 소스 정도만 존재했던 한국인의 밥상을 세계 각국의 소스가 차지하면서다.
소스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조9500억원으로 5년간 35% 커졌다. 업계는 올해 소스류 시장이 2조원을 돌파해 라면 시장을 넘어설 지 주목하고 있다. 소스 시장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소스 시장은 가정간편식(HMR) 확산으로 2~3년 사이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HMR 제품은 밥과 소스, 면과 소스 등이 결합된 형태가 많아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자재 유통의 팽창과 인건비 상승도 소스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소스 제조사들은 피자, 치킨 프랜차이즈와 주요 외식업체에 B2B 전용 소스를 개발해 공급한다. 지점별로 맛과 품질의 차이가 없어야 하는 프랜차이즈의 특성 때문에 매장마다 직원이 매일 양념을 따로 만들지 않고 완성된 소스를 받아 사용하는 곳들이 크게 늘었다.
2~3년 사이 소스 시장을 키우고 있는 건 가정용 B2C 시장이다. ‘먹방’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TV 속 유명인들이 만든 ‘만능간장’, ‘만능 멸치육수’ 등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소스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비법 소스' 등의 레시피가 수만 건 공유된다.
동원그룹은 2007년 국내 소스류 시장 1위였던 조미식품 전문회사 삼조셀텍을 인수해 소스, 드레싱, 시즈닝 등을 제조하고 간편식 전문기업 '더반찬'을 추가 인수해 소스류 시장의 1위로 거듭났다. 아산 공장에 이어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에 조미식품 가공 생산공장도 준공해 역량을 강화했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2010년 연매출 885억원에 불과하던 소스 사업 매출이 지난해 1900억원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며 "3년 내 3000억원대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상은 2015년 세계 소스의 맛을 구현한 ‘월드 테이블 소스’를 내놓고 B2C 시장을 선점했다. 청정원 파스타 소스와 베트남식 팟타이·분짜·닭쌀국수 소스 등 아시안 요리 소스를 포함해 현재 43종의 소스를 판매 중이다. 대상은 B2C 완성 소스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소스 시장으로 확장해 전문화 하는 사례도 늘었다. 장류 1위 기업인 샘표는 콩발효 소스 '요리에센스 연두'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지난해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 '만두가 맛있어지는 간장', '다시만간장' 등 메뉴에 맞게 특화한 완성 소스를 내놨다.
지난해부턴 롯데리아 햄버거, 홍루이젠 샌드위치, CJ제일제당 컵반 마요덮밥 등으로 협력 브랜드가 늘었다. 각 제품마다 '전용 마요네즈'를 개발, 적용시켰다. GS25와 CU 등 국내 주요 편의점 PB햄버거와 샌드위치에도 SPC삼립의 마요네즈가 쓰인다.
스타벅스 1300여 개 매장, 도미노 피자 400여 개 매장 등에서는 SPC삼립의 샐러드 드레싱이 쓰이며 올 상반기 SPC삼립의 샐러드 드레싱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0% 이상 늘었다. 2018년 준공한 SPC프레시푸드팩토리는 올 들어 생산 라인을 2배로 늘렸다.
소용량도 소스 시장의 새 트렌드다.
수입 소스로 중식 레스토랑에서 주로 쓰이던 '이금기 굴소스'는 '이금기 팬더 굴소스'와 '해선장'을 130g의 소용량 파우치로 내놨다. 요리 횟수와 양이 적은 1인 가구에 적합한 제품으로 휴대도 간편하게 만들었다. SPC삼립은 '피그인더가든'의 각종 소스를 1회 분량의 소용량 파우치로 만들어 쿠팡, 마켓컬리 등에서 판매한다.
SPC삼립 관계자는 "간편식이나 외식 브랜드에 맞게 최적으로 조합한 소스류를 공급하고 있다"며 "취향과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그에 맞는 소스를 빠르게 개발·제조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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