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단독]'알토란' 미국계 생보사 라이나생명, 매물로 나왔다

입력 2020-07-23 16:40   수정 2020-07-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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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7월23일(16: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보험사 시그나가 100% 보유하고 있는 중견 보험사 라이나생명이 매물로 나온다. 올초 푸르덴셜생명에 이어 또 다시 대어급 보험사를 인수할 기회가 생기면서 금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그나는 최근 한국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푸르덴셜생명과 같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98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라이나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가장 알토란 같은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말 기준 순자산(자본) 가치는 1조6752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4946억원, 당기순이익 3509억원을 기록했다.

텔레마케팅을 통해 보장성 보험을 주로 판매했다. 심사 없이 무조건 가입을 허용하는 OK실버보험(2006년), 치아 전문보험(치아사랑보험, 2008년) 등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국내 보험사들과 달리 금리 하락이나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회사로 꼽힌다. 보험회사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도 작년 말 305.14%로 우수한 편이다.

라이나생명은 그간 공식적으로 매각작업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올 초부터 물밑에서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이 당초 예상됐던 1조원대 후반보다 훨씬 높은 2조3000억원에 KB금융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미국 시그나 측에서 '지금이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 가격은 약 3조원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4월 2조3000억원 가량에 매각된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조9135억원으로 라이나생명보다 훨씬 크지만, 영업이익(1915억원)이나 당기순이익(1407억원)은 라이나생명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라이나생명의 영업수익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은 17.8%로 타 생명보험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자산 규모(4조7643억원)는 작지만, 총자산이익률(ROA, 7.36%)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20.94%)은 타 회사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4조원대까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덩치가 큰 매물이다 보니 소화할 수 있는 주체는 많지 않다. 기존 금융지주사들 중에서는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하나금융그룹이 첫손에 꼽힌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이미 품에 안았다. 우리금융그룹도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등 관련업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는 대형 사모펀드들이다.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이 유력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두 회사는 4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한앤컴퍼니는 마지막까지 KB금융과 다투며 인수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 중 잠재적인 매각 대상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이익률이 높고 알토란 같은 회사가 라이나생명"이라며 "생명보험을 강화하려는 금융사나 금융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사모펀드 모두 관심을 보일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라이나생명 측은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직접 이야기가 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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