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농약업체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대유는 23일 8.84% 오른 1만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싼샤댐이 최고 수위까지 10m를 남겨두며 위험하다는 소식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일명 ‘싼샤댐 붕괴주’다. 홍수가 발생하면 농업 지역이 침수되면서 비료와 농약 수요가 늘 것이라는 게 테마주로 엮인 주요 논리다. 이날 비료업체인 조비가 장중 11% 넘게 급등한 것도 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구충제 테마주도 새롭게 떠올랐다. 인천 정수장 유충 사태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구충제 복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했다. 지난달 8410원을 기록한 화일약품은 이날 1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들어 48.63% 올랐다. 조아제약, 명문제약, 알리코제약 등 중소형 제약사들이 같은 테마로 묶여 급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구충제 수요 증가는 막연한 기대인 데다 이들 중엔 구충제 생산량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제약사도 상당수다.
대북·희토류·정치인 등 관련 테마주는 주목받을 때 뜨고 이후 급격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날 이재명 경기지사 테마주로 분류된 형지I&C(-6.49%) 에이텍(-5.64%) 동신건설(-2.68%) 등이 줄줄이 떨어졌다. 이 지사가 대법원에서 공직 유지 판결을 받고 난 뒤 최대 두 배 가까이 뛴 종목이다. 아난티 등 대북 테마주도 북한 관련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테마주가 우상향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건 테마주의 발생 이유와 맞닿아 있다.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테마주를 좇는 단타 투자세력들이 관련 정보를 블로그나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에 정리해 뿌린다. 어떻게든 이유를 찾기 때문에 테마와 종목 간 연결고리가 허술할 때가 많다. 정치인 테마주는 사내이사가 대학 동문이거나 정치인 고향에 사업장을 두기만 해도 오르는 식이다.
단타세력은 미리 관련 종목을 사둔 뒤 후발 주자를 끌어들인다. 이들 세력이 다른 테마주를 찾아 탈출하면 ‘폭탄 돌리기’는 시작된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테마 투자가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 손실 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유튜브와 카카오톡 공개 채팅방 등 주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지면서 테마주 정보의 노출 빈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테마주에는 대부분 실적과 무관한 불명확한 기대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치솟은 주가가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윤상/전범진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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