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회사 시그나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 보험사 라이나생명이 매물로 나왔다. 올초 KB금융 품에 안긴 푸르덴셜생명에 이어 또다시 대어급 보험사를 인수할 기회가 생기면서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시그나는 최근 한국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푸르덴셜생명과 같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98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라이나생명은 알토란 같은 생명보험사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말 기준 순자산(자본) 가치는 1조6752억원이며 지난해 영업이익 4946억원, 순이익 3509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텔레마케팅을 통해 보장성 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노인층을 겨냥해 심사 없이 가입을 허용하는 실버보험과 치아전문보험 등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저축성 보험을 주로 다루는 국내 보험사와 달리 금리 하락과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 회사로 꼽힌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도 작년 말 305.14%로 높은 수준이어서 국내 대형 금융사와 사모펀드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가격은 3조원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4월 2조3000억원가량에 매각된 푸르덴셜생명의 순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조9135억원으로 라이나생명보다 훨씬 크지만 영업이익(1915억원)과 당기순이익(1407억원)은 라이나생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라이나생명의 영업수익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은 17.8%로 다른 생명보험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자산 규모(4조7643억원)는 작지만 총자산이익률(ROA·7.36%)과 자기자본이익률(ROE·20.94%)은 다른 회사들이 넘보기 힘든 수준이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 4조원대까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덩치가 큰 매물이다 보니 소화할 수 있는 주체는 많지 않다. 기존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하나금융그룹이 첫손에 꼽힌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이미 품에 안았다. 우리금융그룹도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등 관련 업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인수 후보는 대형 사모펀드들이다.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이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두 회사는 4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한앤컴퍼니는 마지막까지 KB금융과 다투며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나생명 측은 “미국에서 직접 이야기가 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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