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PB에 맞서 살아남는 브랜드의 공통점을 분석하고 생존 전략을 소개한다. 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이 이젠 ‘P-플랫폼(Producing-Platform)’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온라인 플랫폼이 PB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이들이 더 이상 유통 플랫폼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P-플랫폼은 생산과 유통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에도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들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인앤아웃’ 등이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생긴 블루보틀 1호점 매장에는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파타고니아는 플리스 재킷이 출시되는 날이면 매장에 전화 문의가 빗발친다. 지난해 국내에 인앤아웃 팝업 매장 앞엔 사람들이 오전 11시 개장을 기다리며 오전 5시30분부터 줄을 섰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의 팬’을 위해 존재하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들 브랜드는 명확하게 정의된 타깃 고객이 있으며, 타깃 고객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출시한다. 블루보틀의 타깃은 스타벅스와 같은 대중화된 커피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커피 자체의 맛을 즐긴다. 블루보틀은 타깃 고객을 위해 크래프트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크래프트 방식은 장인이 정성껏 공예품을 만들듯 커피 한잔 한잔을 정성 들여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스타벅스와 같은 일반적인 카페들은 고객의 주문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와 달리 블루보틀은 느리다. 드립 커피를 일일이 손으로 내리고, 시간을 들여 카푸치노 위에 그림도 그린다.
판매하는 상품 수도 많지 않다. 인앤아웃에서 판매하는 버거 종류는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더블(패티 두 장과 치즈 두 장) 세 가지다. 반면 맥도날드는 판매하는 버거와 샌드위치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저자는 “단순한 인앤아웃의 메뉴 구성은 사람들의 선택을 빠르고 쉽게 만들어준다”며 “선택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버거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역할까지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기존 팬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을 크게 확장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로 인해 브랜드는 자기만의 색을 잃고, 기존 팬들은 떠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작은 규모의 시장만을 바라보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강조한다. “브랜드 팬덤 전략의 강점은 확장성에 있다. 열성적인 팬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팬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이들을 확보한다면 브랜드의 타깃을 넓히지 않고서도 시장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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