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노사정 합의…끝내 걷어차버린 민주노총

입력 2020-07-23 23:42   수정 2020-10-0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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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끝내 거부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자신들이 먼저 사회적 대화를 요청해 놓고도 고질적인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23일 온라인으로 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은 재적 대의원 1479명의 과반인 805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찬성은 499명에 불과했다. 이날 표결에는 1311명이 참여했다. 찬성률은 38.3%에 불과했다. 무효표는 7표였다.

노사정 합의안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40여 일간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달 초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사정 잠정 합의안이 강경파의 반대에 직면하자 대의원대회를 열어 표결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도 정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정파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강경파 간부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전체 대의원 뜻에 따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상 ‘위원장 불신임’이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전원 사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노총 강경파들은 합의문에 자신들이 요구했던 ‘해고 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휴업·휴직 등 조치를 할 경우 노동계가 협력할 것 △사용자가 휴업수당 감액을 신청할 때 신속히 승인할 것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을 도입할 경우 노사 및 당사자 의견을 수렴할 것 △경사노위에서 합의사항 이행을 점검할 것 등 이른바 ‘4대 독소조항’도 걸고 넘어졌다.

현 집행부 사퇴와 함께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들어갈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는 12월 예정된 차기 위원장 선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번 노사정 합의 거부로 민주노총은 향후 각종 사회적 대화에서도 사실상 배제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수차례 독대할 만큼 민주노총에 공을 들여왔으나 조직 내부의 반대에 막힌 김 위원장이 사실상 리더십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양극화 등 사회문제를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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