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지에 전세 매물은 딱 하나 밖에 없어요. 전세 대란입니다.“(광명 하안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아파트는 1200가구가 넘는 대단지지만 최근 나온 전세 매물은 1개에 불과하다. 인근 e편한세상센트레빌에는 전세 매물이 9개 나와있다. 이 단지는 2800가구가 넘는다. 그나마 매물 중 일부는 전셋값이 비싼 펜트하우스다.
광명시 일대가 심각한 전세난에 빠졌다. 전세가격은 최대 2억원 뛰었다. 철거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이주 수요가 는 데다가 향후 분양을 염두에 둔 청약 대기자들이 증가해서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명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2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한차례 보합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24주 연속 올랐다. 이 기간동안 2.38% 상승률을 기록했다.
몇 달새 전세 실거래가가 2억원 가까이 뛴 단지까지 나왔다. 하안동의 e편한세상센트레빌(전용 84m²)은 지난 4월 4억2000만원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 초엔 6억원에 거래됐다. 인근 하안동과 철산동 일대 아파트들 역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5000만~1억원 넘게 올랐다.
하안동의 낡은 아파트 일부도 전세가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하안주공5단지(전용 45㎡)의 전세가는 올 초 1억5500만원에서 지난 20일 2억6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K공인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 빌라도 전세가 없다”고 말했다.
광명에선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탓에 이주 수요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광명시에 따르면 최근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광명 철산동 주공 8·9단지가 최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이 아파트는 8단지 1484가구, 9단지 580가구 등 총 2064가구 규모다. 조합원 수는 2040명이다. 이 아파트는 조만간 이주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기존 뉴타운 내 재개발구역도 이주가 한창이라 광명 일대 주택들은 대부분 전세 품귀 현상이 심각하다. 현재 광명뉴타운 내 재개발구역 중에서는 10구역, 2구역이 최근 이주를 마치고 각각 철거 준비·철거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서 5구역이 지난 4월, 4구역은 이달부터 이주를 시작했으며 1구역도 이달 말 이주 절차가 시작된다. 이들 구역을 합하면 광명뉴타운에만 9000가구가 넘는 이주 수요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1000~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은 대부분 한자릿수에 그친다. 2072가구에 달하는 철산동 래미안자이 아파트에는 매물이 2개밖에 없다. 인근 1264가구인 철산동 푸르지오하늘채 아파트에선 전세 매물이 5개다. 인근 Y공인 대표는 “그나마 나와있는 매물들도 내놓은 지 며칠이 지나면 집주인들이 2000~3000씩 올리기 일쑤”라며 “수요자들이 많으니 주인들이 급할 게 없다”고 전했다.
옆 단지인 광명 브라운스톤2단지는 전세 매물이 ‘제로’다.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주변 아파트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라며 “철산 주공 8·9단지 이주가 본격 시작되면 상황이 더 삼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신안산선, 월곶~판교 복선전철 등 교통 호재로 주목을 받으면서 쳥약 노리는 이주 수요도 늘고 있다. 광명에 1년 이상 거주하면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얻을 수 있는데, 분양 예정 가구가 4500가구 이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광명과 인접한 도시들도 전세가가 치솟는 중이다. 최근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모 씨(34)는 “최근 광명 전세를 알아보다 매물이 없어 서울 금천구나 구로구, 경기 안산까지 집을 알아봤지만 몇 달 사이에 전셋가가 다 너무 많이 올랐다”고 푸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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