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4000명 늘어난다"…농대·공대생도 "재수"

입력 2020-07-24 17:30   수정 2020-07-25 01:48

“올해 서울 지역 공과대학에 들어갔는데 내년 학기부터 휴학하고 의대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의대를 꼭 가고 싶었는데 마침 정원도 늘어난다고 하니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거 같아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10년간 매년 400명씩 늘린다는 소식이 나오자 대학생들이 의대 도전을 위해 재수·반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약학대학이 내년 입시부터 학부 신입생을 1600명 뽑을 예정이어서 의대 경쟁률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24일 대학생·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대 입시가 게시글 화제로 급부상했다. 전날 정부가 의대생을 10년간 4000명 더 뽑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의대를 포기했던 학생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자신을 서울대 농대생이라고 밝힌 A씨는 “서울대 농대 3학년인데 이번에 의대생 정원 확대 발표가 나와 다시 의대 입시를 준비하려고 한다”며 “농대를 졸업하고도 대기업에는 충분히 입사할 수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씨는 “4년간 휴학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올해 졸업하려는데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늘어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재수하기로 결심했다”며 “군 학사장교를 하려던 계획도 다급히 미뤘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의대 입시를 위해 재수·반수에 나서는 데는 의대생 정원 증가 외에도 학부 생활을 하면서 진로를 변경할 수 있었던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이 사실상 폐지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차의과대학과 건국대 두 곳에 불과하다. 건국대 역시 의대 체제로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학전문대학원 역시 기존 37개 대학 중 34개 교가 2022년 약대 전환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약대생 정원(1583명)을 노리고 재수·반수를 택하는 학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치의학전문대학원도 7개 중 4개가 학부로 전환한 상태다. 경북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과거에는 화공과에 들어간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휴학하고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준비를 했지만, 약전원이 없어지면서 통로가 막혔다”며 “의대·약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는데 다들 재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도 내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반수생·재수생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현재 대학생뿐 아니라 고3 상위권 학생 중에는 대학에 이름만 걸어두고 2022년 수능에 대비해 반수를 택하는 학생이 다수 나올 것”이라며 “의대 지망생들은 의대 입학에 맹목적인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이 같은 학생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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