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적으로 귀국시키거나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2차 보복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상을 위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현금화)할 수 있도록 정한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데 따른 움직임이다.
교도통신은 25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법원이 자산매각을 명령할 경우에 대비해 보복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비자발급 조건을 엄격하게 하거나 주한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7월1일부터 반도체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법원이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명령하고 일본이 이에 맞서 2차 보복에 나서면 최악을 달리는 한일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구체적인 수단까지 거론하며 보복조치를 시사하는 노림수는 강한 압박을 통해 한국 측이 현금화를 단념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확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실제로 2차 보복에 나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6월1일 우리나라 법원의 공시송달 이후 일본 정부는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면 보복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었다.
지난 6월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갖고 있는 피엔알(PNR·일본제철과 포스코가 합작한 기업) 주식 19만여 주(약 10억원어치)에 대해 ‘압류 명령 결정 공시송달’을 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당사자인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상대방이 계속 재판에 응하지 않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일본제철이 따르지 않아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내린 조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시송달 기한을 8월4일 0시로 정해놨다.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는 즉시 압류명령 결정도 효력이 생긴다. 8월 4일부터는 법원이 PNR 주식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면 신문 절차 등을 거쳐 통상 2~3개월 뒤부터는 자산 매각이 가능해진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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