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컸다"…기업 3곳 중 2곳 실적 악화

입력 2020-07-26 17:23   수정 2020-07-27 00:4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올 2분기 기업 실적의 대규모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까지 발표된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업 세 곳 가운데 두 곳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실적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더 내려앉은 것이다. 다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 가운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보다 좋은 곳이 많아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부진’ 우려 현실화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상장사 220곳 중 지난 24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곳은 38곳이다. 이 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줄어든 곳은 26곳이었다. 에쓰오일(-44.8%), 기아자동차(-21.6%) LG전자(-17.9%), 포스코(-15.9%) 등의 ‘굴뚝기업’ 대부분이 지난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매출이 감소한 탓에 영업이익도 쪼그라들었다. 실적 발표 기업 중 24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현대위아는 작년 2분기 2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2분기엔 386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영(-80.3%), 포스코케미칼(-75.6%), 두산밥캣(-59.1%) 등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SK하이닉스, 한샘, LG이노텍, NH투자증권 등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나빠 상장사 실적이 부진했는데 최근에는 관련 종목의 이익이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우려보다 선방…중후장대 두각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을 발표한 37곳 중 컨센서스보다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은 23곳이다. 시총이 10조원을 넘는 기업만 7곳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중후장대 종목이 개선 흐름을 이끌었다. 컨센서스보다 영업이익이 좋은 기업은 현대로템(194.3%), 기아차(90.5%), 현대자동차(85.0%), 두산밥캣(44.8%), HDC현대산업개발(38.2%) 등이다. 삼성전자(23.9%)와 SK하이닉스(11.9%)도 좋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부문이 올 들어 회복 흐름을 보였고 완성차는 내수 부문에서 선방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실적을 낸 14곳 가운데 시총이 10조원을 넘는 기업은 현대모비스(19조3436억원)와 포스코(16조9142억원)밖에 없다. 포스코는 컨센서스보다 24.9% 낮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현대모비스는 3.5% 낮은 수준에 그쳤다.
“종목 간 주가 키맞추기 예상”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뒷걸음질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지만 컨센서스보다 선방한 기업이 많아서다. 따라서 2분기 실적 때문에 주식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중후장대 종목의 선방으로 비대면 등 코로나19 주도주와 다른 분야 종목 간 주가 키맞추기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컨센서스가 있는 253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119조9235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117조4865억원)에 비해 2.07% 늘어난 수치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보합, 2분기에 비해서는 5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도 회복세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사람들이 더 거리로 나오고, 자동차 등 수출기업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병훈/박의명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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