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실적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여기서 더 내려앉은 것이다. 다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 가운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보다 좋은 곳이 많아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감소한 탓에 영업이익도 쪼그라들었다. 실적 발표 기업 중 24곳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현대위아는 작년 2분기 2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2분기엔 386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영(-80.3%), 포스코케미칼(-75.6%), 두산밥캣(-59.1%) 등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SK하이닉스, 한샘, LG이노텍, NH투자증권 등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나빠 상장사 실적이 부진했는데 최근에는 관련 종목의 이익이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중후장대 종목이 개선 흐름을 이끌었다. 컨센서스보다 영업이익이 좋은 기업은 현대로템(194.3%), 기아차(90.5%), 현대자동차(85.0%), 두산밥캣(44.8%), HDC현대산업개발(38.2%) 등이다. 삼성전자(23.9%)와 SK하이닉스(11.9%)도 좋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부문이 올 들어 회복 흐름을 보였고 완성차는 내수 부문에서 선방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실적을 낸 14곳 가운데 시총이 10조원을 넘는 기업은 현대모비스(19조3436억원)와 포스코(16조9142억원)밖에 없다. 포스코는 컨센서스보다 24.9% 낮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현대모비스는 3.5% 낮은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실적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컨센서스가 있는 253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119조9235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117조4865억원)에 비해 2.07% 늘어난 수치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보합, 2분기에 비해서는 5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도 회복세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사람들이 더 거리로 나오고, 자동차 등 수출기업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병훈/박의명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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