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미국의 '反화웨이' 한국을 정조준하다

입력 2020-07-26 18:35   수정 2020-07-27 00:16

수면 아래 가라앉은 줄 알았던 화웨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는 지난주 뉴욕 포린프레스센터 주관 화상 브리핑에서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에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에서 믿을 수 있는 업체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SK와 KT를 두고 “깨끗한 업체”라고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는 민간기업의 자율에 달려 있다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대 뜻이 이보다 명확히 천명된 적은 없었다.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축되는 5G 인프라가 완성단계에 다가갈수록 교체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뉴노멀 시대를 통과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엔 실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화웨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동참하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은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안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화웨이 뒤에 어른거리는 중국 정부의 검은 그림자보다는 다른 경쟁 장비보다 무려 30% 저렴한 화웨이의 가격 유혹에 더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공습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 홍콩 민주화 시위 대처 과정에서 홍콩의 자율권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보안법 제정 강행은 유럽 국가들에 중국 체제의 경직성과 강압성을 더 심각하게 느끼게 했다.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5G 기지국 장비에 대해 국제보안인증까지 획득했기 때문에 보안 관련 우려가 없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다. 핵심은 중국적인 기업-정부 관계다. 중국에서 정보통신, 운송, 에너지, 금융 등 주요 정보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은 중국 정부가 원하면 해당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금지하는 내용은 기업이 자체검열을 통해 차단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언제든 데이터 검열은 물론 인터넷 접속도 차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화웨이는 사실상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라고 판단한다. 미국은 2012년 의회 보고서에서 이미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트럼프 이전 세상이다.

코로나19 시대 ‘신데렐라’로 떠오른 줌(ZOOM)은 이런 중국 구조의 리스크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최근 줌은 톈안먼 사태 31주년 기념 줌 미팅을 차단해 스스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줌이 공식 해명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반중(反中) 활동가들이 참가하려던 회의를 무산시켰다고 한다. 이들의 계정을 삭제하고 회의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홍콩,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줌이 미국 회사인 줄 알았는데 핵심 기술인력은 중국에서 작업을 하는, 그래서 중국 법의 지배를 받는 중국 회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미국이 중국 포용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 선언하고 중국과의 핵심 연결고리인 무역, 투자, 기술, 인력 등을 차단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경계선 바깥에 있던 중국 리스크가 더 부각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행보가 이를 더 악화시킨 측면도 크다. “우리는 변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중국을 파괴하려고 한다”고 중국은 항변하지만 세계의 시선은 다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에너지, 교통, 금융, 보건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인 5G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공급업자 다양화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며 “위험 공급업체와 이미 계약한 업체들은 전환기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화웨이를 겨냥한 발언이다. 화웨이 장비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던 영국은 2027년까지 자국 5G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 프랑스 역시 단계적 퇴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렸던 화웨이 세미나에서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안보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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