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을 대체할 ‘미래 산업의 쌀’로 탄소섬유(사진)가 주목받고 있다. 철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체 적용할 수 있어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선두주자인 효성은 현대자동차 납품을 시작으로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하반기 사상 첫 흑자 전환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현대차 수소차 모델 ‘넥쏘’에 수소 연료탱크용 탄소섬유를 납품하기 위해 막판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 실차 테스트를 마치고 현대차와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이미 지난해 현대차로부터 자동차용 탄소섬유 ‘T700’의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부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탄소섬유는 실 안에 탄소를 92% 이상 함유한 제품이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탄소섬유는 최근 수소차가 미래 모빌리티로 부상하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수소 연료탱크는 평균 기압의 최고 900배를 버티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소재로 탄소섬유가 적격이다.
효성으로선 현대차와의 계약이 2030년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넥쏘 판매량은 4818대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도요타 미라이(2407대)의 두 배다. 수소 완성차 1등 업체인 현대차를 잡는 데 성공하면 안전성을 인정받아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섬유 불모지에서 세계 3위 도약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도레이, 미쓰비시케미칼, 데이진이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력도 뛰어나다. 세계 1위 도레이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탄소섬유 상업화에 성공한 뒤 50년 가까이 노하우를 쌓아왔다. 2014년 미국 보잉사와 10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탄소섬유 기술력의 정점인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현대차 넥쏘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도 도레이의 한국법인 도레이첨단소재가 일진복합소재를 통해 전량 납품하고 있다.그에 비해 국내 시장은 아직 탄소섬유 생산 ‘불모지’다. 태광산업은 2012년 탄소섬유 상업화에 성공했지만 아직 연간 생산량이 1000t대에 머물러 있다. GS칼텍스도 2013년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탄소섬유 시장에 진출했지만 5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효성은 전사적으로 나섰다. 2011년 자체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을 선보인 뒤 10년간 적자를 냈지만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주도 아래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조 회장은 지난해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방문해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연간 생산 규모를 2만4000t으로 확대하고 세계 3위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올 2월 1차 증설을 완료해 생산량을 4000t 규모로 늘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2분기 10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전분기 대비 61%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탄소섬유 수요 증가에 따라 반등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수소 가치사슬도 구축한다. 효성화학은 지난 4월 독일 산업가스 기업 린데그룹과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공정을 짓기로 했다. 효성중공업은 2040년까지 1200개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수소 생산부터 연료탱크용 소재 생산, 충전 인프라까지 맡겠다는 전략”이라며 “우주항공 등 고성능급 탄소섬유 양산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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