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금속, '블랙 스테인리스' 소재 첫 국산화

입력 2020-07-26 18:00   수정 2020-07-27 00:48

칼, 냄비 등 주방용품과 가전제품 등에 흔히 쓰이는 스테인리스는 은백색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블랙 스테인리스’ 소재 구현 기술이 국내 중소기업에 의해 개발됐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스테인리스 제품의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고급화하는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부품·소재산업 패러다임 바꿀 것”
블랙 스테인리스 구현에 성공한 중소기업은 금속표면처리 전문업체인 기양금속공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한 ‘뿌리 공정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총 3년의 연구 끝에 지난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기양금속공업은 ‘전해(전기분해) 발색 스테인리스 소재 기술’을 통해 선명한 흑색 스테인리스 구현에 성공했다. 이른바 ‘K블랙’이다.

일반 스테인리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산화피막의 두께다. 5나노 두께의 일반 스테인리스와 달리 K블랙은 500나노의 투명한 산화피막이 입혀진다. 이 피막을 통한 빛의 간섭 효과에 의해 스테인레스의 표면이 블랙톤으로 구현된다. 기존 스테인리스보다 두꺼운 피막이 입혀지는 만큼 내구성과 내식성도 훨씬 뛰어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배명직 기양금속 대표는 “스테인리스는 녹과 흠집이 잘 안 나지만, 소재 특성상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며 “K블랙은 스테인리스 고유의 금속감을 유지하면서 흑색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부품·소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개발 성과”라고 강조했다.

블랙 스테인리스 구현 기술을 먼저 개발한 건 일본이다. 이미 1980년대에 개발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기양금속이 블랙 스테인리스 개발에 나선 건 훨씬 고급스러운 질감을 구현하는 방안을 찾던 한 가전업체가 의뢰하면서다.

노병호 기양금속 연구소장은 “일본에 지기 싫어 1년 중 360일을 기술개발에 매달려왔다”며 “일반 펄스(파동) 방식의 일본보다 특수 펄스를 이용해 훨씬 진일보한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양금속은 이 같은 특징을 지닌 K블랙에 대해 최근 특허청에도 특허 출원을 냈다.
43년간 표면처리 ‘한우물’ 판 뿌리기업
기양금속은 K블랙이 가전제품, 주방기기뿐 아니라 건자재, 차량 등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세계적으로 블랙톤이 유행 중이기도 하다. 일부 가전제품 등에 블랙 또는 금색 스테인리스 색이 쓰이고 있으나 대부분 코팅(도장) 방식으로 제작된 제품이다. 배 대표는 “도장 방식의 제품은 스테인리스 고유의 금속 광택과 표면의 재질감을 차단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992년 설립된 기양금속은 전투기, 헬리콥터 등 방위산업 제품과 전자·통신 우주항공산업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및 소재를 표면처리하는 뿌리기술 전문기업이다. 나로호의 표면처리도 기양금속이 담당했다. 알루미늄 소재 화성처리 코팅 방법, 스테인리스 내식성 확보를 위한 부동태화 처리 방법 등 11건의 표면처리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배 대표는 2007년 국내 ‘표면처리 1호 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 대표는 19세에 도금공장에 취업한 이후 27세에 창업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43년간 표면처리업계에서만 한우물을 팠다. 2008년엔 고급 주방용품 브랜드인 ‘골드 마이스터’를 출시하기도 했다. 숟가락 머리 부분과 젓가락 끝이 바닥에 닿지 않는 위생 수저도 이 회사에서 생산한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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