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태는 정부의 무능한 정책에서 비롯됐다. 지난 3년간 22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뛰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비아냥거림이 터져나왔다. 정부 대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은 방향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이 오른 것은 시중 과잉유동성 영향이 큰 만큼 적절히 수요를 억제하면서 수요가 몰리는 곳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정책 조합’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부는 세금폭탄과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누르는 데만 몰두했다.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등 투기꾼 탓이라는 다분히 정치적 프레임을 설정한 탓이다.
정부와 거대여당의 독선과 오만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부른 원인 중 하나다.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낼 때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완화 등 공급 확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청와대 등에 팽배했다. 정부·여당이 도저히 집값을 잡기 어렵게 되자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를 옮기겠다는 ‘수도 이전’ 카드를 던진 것도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책임을 모면하려는 꼼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 강연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언급한 것은 독선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과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간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부동산 정치’도 끝내야 한다. “집값 올랐으니 수도를 옮긴다”는 황당한 발상을 버리고,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식의 오기를 부릴 일이 아니다. 또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듯이, 시장과 싸워서 이긴 정부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값·전셋값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고, 그 화살은 ‘정권 심판’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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