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로벌 안전자산 목록에 서울의 강남 아파트가 떠오르고 있다는 한경 보도(7월 25일자 A2면)가 눈길을 끈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지 투자자들과 ‘홍콩보안법’으로 앞날이 불안해진 홍콩인들이 강남 아파트를 본격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뉴욕 런던 도쿄 홍콩은 물론, 토론토 시드니까지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한 2000년대 들어서다. 중국 자본이 도시를 옮겨가며 고가 주택과 오피스·호텔을 싹쓸이한 결과다. 한국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제주도에 중국 부자들의 매수세가 한때 몰렸으나, 사드 보복 이후 소강상태였다. 대신 인프라와 주거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춘 서울 강남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중국 부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집값은 최근 4~5년간 크게 올라 ‘저가 메리트’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다. 연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인 PIR을 보면 2016년 서울이 16.6으로, 런던(33.5) 도쿄(26.0) 싱가포르(23.3)보다 낮았지만 올해는 24로, 파리(22.0) 런던(21.2) 도쿄(13.9) 뉴욕(10.7)을 앞질렀다.
그런데도 홍콩인이나 홍콩에서 돈을 빼는 중국인에게는 강남 아파트가 싸 보이는 모양이다. 홍콩 부유층이 사는 리펄스베이 아파트 가격은 제곱피트당 3만7000홍콩달러로, 3.3㎡(평)로 환산하면 약 2억원이다. 이들에게 강남의 평당 1억원 아파트는 투자 사정권에 충분히 들어온다.
코로나 여파로 집값이 하락하는 도시가 많다. 재택근무 확산과 외곽 이주 수요가 늘면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 재택근무 확산이 쉽지 않은 데다, 집값이 아직 강세여서 투자매력이 있다고 보는 듯하다.
강남 아파트가 ‘글로벌 안전자산’ 소리를 듣게 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경제 활성화 덕이 아니라 순전히 정부의 ‘헛발질 대책’의 결과가 아닌가. 동북아 금융·물류허브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뒷맛이 영 씁쓸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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