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돈 풀었더니…예금 109조 '폭증'

입력 2020-07-27 07:30   수정 2020-07-27 07:31



올해 상반기 예금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유동성(자금)을 풀었지만 시장에서 쓰여지지 않고 은행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향후 재정·통화정책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수신은 18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108조7000억원 급증한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 수신이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것은 처음이다.

월별로 보면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후인 2월 35조9000억원으로 가장 큰 폭 증가했다. 3월 33조1000억원, 5월에 33조4000억원이 늘었다. 6월엔 18조6000억원 늘었는데 감염자 수가 비교적 안정세를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 수신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대출이 늘어나서다. 1월부터 6월까지 은행의 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총 77조70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도 40조6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가계·기업 대출이 118조3000억원 늘어나는 사이 은행 수신이 108조7000억원 증가했다. 경제주체들은 위기 상호아에서 대출을 늘렸지만 소비나 투자보다는 예금으로 쌓아뒀다.

은행에서 늘어난 수신 종류를 보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늘어난 은행 수신 108조7000억원 중 107조6000억원이 수시입출식 예금이다. 반면 정기예금은 같은 기간 2조3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저축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치솟는 저축률이 전 세계 중앙은행에 정치적인 딜레마를 제기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코로나19 국면에서 가계 저축이 급증하면서 정부·중앙은행이 앞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지 난감해졌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향후 정책 구사에 있어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가계가 소비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양책을 구사하면 경제가 과속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반면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다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24일 "일각에서는 수요 부족보다 안전한 소비가 어려운 문제"라며 문제를 짚었다. 안전한 소비의 이면에서 늘어난 가계저축이 있는데 봉쇄조치가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단기적인 성격의 저축인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쌓아놓는 저축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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