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권력과 언론의 유착)'으로 드러나고 있는 지상파 방송과 범여권 관계자 간의 정치공작 의혹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음모론을 근거로 발동된 것은 황당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국사법에서 최대의 흑역사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황당한 것은, 유시민의 피해망상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거짓말이 빚어낸 허황한 음모론이 어느새 대안현실이 됐다"면서 "거기에는 이들의 거짓말을 검증없이 보도한 MBC와 KBS의 역할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와 같은 관변언론들, 뉴스타파와 같은 어용매체들 역시 허구를 사실로, 즉 대안사실로 현실에 등록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들은 아직도 저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 음모론을 일국의 법무부장관까지 믿어버렸다는 것이다"라면서 "추미애 장관의 음모론 신앙이 서울중앙지검에 그대로 내리꽂히면서 무리한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는 "그러다가 수사심의위와 법원에서 철퇴를 맞았다"면서 "이번 수사를 주도한 것은 추미애가 전진배치한 이들로, 모두 특정 지역 출신이었다. 그들 밑에서 일하는 수사팀은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실종된 부재를 틈타 김어준과 유시민이 이 나라의 정신적 대통령 노릇을 했다"면서 "김어준이 퍼뜨린 음모론적 사유가 멍청한 지지자들을 위한 시사 엔터테인먼트의 차원을 넘어 아예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독일에서는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수사지휘권, 일본에서도 발동했다가 법무대신이 옷을 벗은 그 수사지휘권이 음모론을 근거로 발동됐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멀쩡한 사람 범죄자로 몰지 말고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의 실체를 밝혀 진짜 국기문란, 가짜뉴스 유포범을 잡으라"며 "정치공작의 실체를 끝까지 은폐하고 엄한 사람 잡으려 한다면, 이 사건은 문재인정권 최대의 국정농단·국기문란 사건이 돼 반드시 역사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권언유착' 의혹의) 범여권내 관련자를 색출해 스스로 검찰에 보내라"며 "그리고 우리는 정치공작을 반대한다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선언하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4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다.
수사팀에 힘을 실어주면서 감찰까지 운운하던 추 장관의 체면은 구겨졌다.
수사심의위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해서 기소하고,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하라고 권고한 것은 두 사람이 ‘유착’했다는 증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내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조로 취재하는 과정에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KBS는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가 공식사과했으며 MBC 또한 후속보도를 했다가 비난에 직면했다.
검찰은 KBS의 '검언유착' 오보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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