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하는데 앞장섰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박 전 시장 사망 18일만인 27일 "통절히 반성한다"면서 울먹이며 사과했다.
남 최고위원은 안희정·오거돈 사태 등 민주당 소속 공직자들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었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박 전 시장이 숨지기 전날 ‘불미스러운 일이 있냐’며 가장 먼저 보고했던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도 남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남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민주당 내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라며 사과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이때 ‘피해자’를 두고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견지해 논란이 일었다.
앞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14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입장문을 낼 때도 일부 의원들이 ‘피해자 또는 피해여성이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남 최고위원 등이 ‘피해 호소 여성’을 써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에야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워장인 남인순 의원이 故 박원순 시장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면서 "성추행 사건이 바깥에 드러난 지 무려 18일 만이다"라고 지적했다.
배 대변인은 "민주당 지도부에 '사과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라고 묻고 싶다"면서 "이해찬 대표가 언제 진심으로 뉘우칠지 서울시민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 강연에서 서울을 두고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했던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 대표는 토크콘서트에서 "서울은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서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면서 “(서울을) 안전하고 품위 있고 문화적으로 성숙한 그런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이런 천박한 도시’ 표현이 논란을 일으키자 25일 "서울의 집값 문제,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주말 내내 들끓었던 민심에 대해 이 대표가 짧게나마 입장을 표명할 줄 알았는데 사과 한 마디, 유감 한 줄 없었다"면서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도 5일이나 지나서야 나타나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으로 2차 가해 논란을 증폭시킨 이 대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발언 당일에는 공보국 명의로, 이틀이 지나서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사과가 아닌 변명을 쏟아냈다"면서 "송갑성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의 세종시 강연은 국가 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주제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것'이란다. 소통은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박 전 시장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예의가 없다"고 호통을 치고 "XX 자식"이라고 막말을 했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에도 강훈식 대변인을 통해 대리사과 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서울은 천박하고 부산은 초라하다는 여당 대표의 말은 한마디로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그의 실언과 망언의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야당 인사가 그런 말 한마디라도 했다면 당신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매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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