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절호의 기회였다. 틱톡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1분기 3억1500만 건, 2분기 3억500만 건이 다운로드돼 올 상반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월평균 이용자는 8억 명이 넘는다. 방탄소년단(BTS)도 정규앨범 타이틀곡 ‘온’의 일부를 틱톡에 가장 먼저 공개했다. BTS 측은 기존 플랫폼보다 글로벌 사용자가 많은 데다 전파력이 강해서라고 설명했다.
틱톡은 치밀하게 기획된 서비스다. 디지털 콘텐츠의 주 소비층으로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선호하는 어린 세대를 집중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지 않고도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 영상이 짧다 보니 언어 장벽도 낮아 해외 진출은 어렵지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선호 영상을 분석한 뒤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노출시켜 이용시간을 늘렸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오리지널 서비스가 해외에서 처음 인정받으며 중국이 콘텐츠 플랫폼 강국으로 올라섰다”(뉴욕타임스), “중국 소셜미디어가 미국인의 일상을 파고든다”(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 틱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위기감은 점점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스파이 앱’이라며 군대에 틱톡 사용 금지를 내린 데 이어 “틱톡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틱톡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못마땅하다.
급성장에 제동이 걸린 틱톡은 ‘중국 DNA’를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디즈니 고위인사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고, 콘텐츠 정책의 의사 결정은 비(非) 중국인에게 맡겼다. 장 회장은 중국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손을 뗐으며 로스앤젤레스 지사에 설치한 투명성 센터를 워싱턴에도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당초 미국 증시 상장을 꿈꿨으나 미국 견제가 심해지자 연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며 계획을 틀었다. 틱톡이 중국 기업으로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