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인이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은 페이스북도, 유튜브도 아닌 중국의 틱톡이었다. 틱톡은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올 상반기 틱톡 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6억2000만 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안에서 동영상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미국 등에서 틱톡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라면 머지않아 미국 페이스북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틱톡을 운영하는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세계 최초로 헥토콘기업(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됐다.
틱톡뿐 아니다. 중국 텐센트는 신규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며 세계 게이머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 930억달러(약 111조원) 늘었다. 또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클라우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에 도전하고 있다.
‘차이나 플랫폼’의 공습이 거세다. 몇 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중국 디지털 플랫폼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거침없이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콘텐츠와 통신, 모빌리티, 금융 등 다양한 플랫폼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이 구축한 ‘디지털 제국’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두 나라는 콘텐츠와 첨단기술, 표준 등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최근 양국이 각각 휴스턴과 청두에 있는 총영사관을 폐쇄시키는 등 1979년 수교 이후 최악의 외교 갈등을 빚는 이유도 산업 스파이 등 지식재산권 절도를 둘러싼 기술 주도권 경쟁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미·중 간 신(新)냉전은 격화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반(反)중국 조치의 수위를 점점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절호의 기회였다. 틱톡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1분기 3억1500만 건, 2분기 3억500만 건이 다운로드돼 올 상반기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월평균 이용자는 8억 명이 넘는다. 방탄소년단(BTS)도 정규앨범 타이틀곡 ‘온’의 일부를 틱톡에 가장 먼저 공개했다. BTS 측은 기존 플랫폼보다 글로벌 사용자가 많은 데다 전파력이 강해서라고 설명했다.
틱톡은 치밀하게 기획된 서비스다. 디지털 콘텐츠의 주 소비층으로 짧고 감각적인 영상을 선호하는 어린 세대를 집중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지 않고도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 영상이 짧다 보니 언어 장벽도 낮아 해외 진출이 어렵지 않았다. 인공지능(AI)으로 선호 영상을 분석한 뒤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노출시켜 이용시간을 늘렸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오리지널 서비스가 해외에서 처음 인정받으며 중국이 콘텐츠 플랫폼 강국으로 올라섰다”(뉴욕타임스), “중국 소셜미디어가 미국인의 일상을 파고든다”(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 틱톡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위기감은 점점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틱톡이 ‘스파이 앱’이라며 군대에 틱톡 사용 금지를 내린 데 이어 “틱톡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틱톡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급성장에 제동이 걸린 틱톡은 ‘중국 DNA’를 지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디즈니 고위인사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고, 콘텐츠 정책의 의사 결정은 비(非) 중국인에게 맡겼다. 장 회장은 중국사업의 상당 부분에서 손을 뗐으며 로스앤젤레스 지사에 설치한 투명성 센터를 워싱턴DC에도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당초 미국 증시 상장을 꿈꿨으나 미국 견제가 심해지자 연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며 계획을 틀었다. 틱톡이 중국 기업으로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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