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계열 여신전문금융사인 효성캐피탈 매각전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 측은 국내외 투자자들 중 4~5곳을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해 통지했다. 내달 말로 예상되는 본입찰을 앞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PEF) 뱅커스트릿 프라이빗에쿼티(PE), 국내 PEF 키스톤PE, WWG자산운용 등은 최근 매각주관사 BDA파트너스의 쇼트리스트 통보를 받고 실사 준비에 돌입했다.
국내 금융사 OK캐피탈과 중국 핑안(平安)보험 자회사 핑안인터내셔널파이낸셜리싱은 예비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적어내 쇼트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매각되는 대상은 (주)효성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97.5%다.
효성그룹이 효성캐피탈을 매각하게 된 것은 금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작년 1월1일부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는데, 비금융회사가 금융회사의 지분을 일정비율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에 관한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올 연말까지 금융 자회사인 효성캐피탈을 팔아야 하는 처지다. 앞서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을 매각해야 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효성그룹에서는 매각 가격으로 5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말 기준 이 회사의 순자산(자본) 규모는 3952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수준에서 매각되기를 원하는 셈이다. 효성캐피탈은 2018년 영업이익 327억원(당기순이익 229억원), 작년 영업이익 349억원(당기순이익 276억원)을 기록했다.
구속력이 없는 가격이긴 하나 예비입찰에서 여러 원매자들은 PBR 1배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국내 PEF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아주캐피탈의 경우 PBR 0.71배, 지난해 베어링PE에 인수된 애큐온캐피탈은 PBR 0.9배 선에서 최종 매각이 결정됐다. 하지만 효성캐피탈에 대한 원매자들의 경쟁이 붙는다면 PBR 1배를 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1997년 설립된 효성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사들 중에서도 설비금융의 강자로 꼽혀 왔다. 기업이 공작기계나 산업재, 의료기기, 특수장비 등을 살 때 할부 리스 대출 등 다양한 형태로 관련 자금을 대주는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효성캐피탈의 영업 자산은 설비 관련 구매금융이 38%로 가장 높다. 이어 주택금융 등 소매금융이 17%,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15%, 중고차 등 자동차금융이 11%, 기업금융이 4% 등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설비금융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으나 주요 고객층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관련 영업자산 비중도 함께 낮아졌다.
이상은/이현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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