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원의 이곳저곳] 4개월간 1013건 거래 터진 청주 아파트…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20-07-28 11:38   수정 2020-07-28 16:17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눈 뜨면 가격은 올라있고 대책은 하루걸러 하루씩 나오는 통에 집 사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뉴스 1면을 장식하는 서울 강남의 비싼 아파트 소식보다 내 지역 내 아파트 소식이 더 궁금합니다. 어지러운 시장, 서울 먼 곳보단 가까운 동네 이곳저곳의 부동산 뉴스를 [안혜원의 이곳저곳]이 전하겠습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파트는 어디에 있을까? ‘불패 신화’ 서울 강남? 행정수도 이전 이슈로 뜨거운 세종? 둘 다 아니다. 정답은 바로 충북 청주다. 청주에는 최근 전국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인 ‘탑동 힐데스하임’이 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4월부터 이달(27일 기준)까지 1013건의 분양권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청주 상당구 탑동의 낙후된 구도심에 위치한 이 단지의 가구수는 1368가구. 짧은 기간 총 가구수 만큼의 거래가 이루어진 셈이다. 상당수의 집이 한 번씩은 거래됐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많게는 넉달 동안 한 가구에 3~4번씩은 손바뀜이 나오기도 했다. 이 폭발적인 거래량의 원인은 무엇일까.
"스타강사 얘기듣고 왔어요" 외지인들 몰려
지난해 말부터 청주엔 외지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때 부터 청주 아파트값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고 청약 경쟁률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분양 단지들도 팔려 나갔다. 작년까지 3년 넘게 미분양관리지역이었던 청주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청원구에서 10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56)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대게 집을 보러오는 분들은 젊은층의 경우 신혼부부이거나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엔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실제 집에서 가장 오래 생활할 분들이 와서 매물을 꼼꼼하게 살피죠. 매매 거래를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하시기 때문에 시간도 걸립니다. 근데 지난 5월부터 오신 분들은 20대부터 중년까지 남성분들, 서울분들, 여성분들이라면 무리지어 오신 분들, 전세버스를 타고 오신 분들 등 다양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집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타입인지, 몇층인지, 조망은 어떤지 등을 별로 묻지 않습니다. 매물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만 따지죠.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바로 매매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인이 망설일 경우 그 자리에서 피(프리미엄)을 1000만원 더 주고 빨리 거래를 하고 가시더군요.”

올해 초가 지나고 거래가 살짝 주춤한가 했더니 4월이 되자 청주 아파트시장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후 5월부턴 방사광가속기 유치 효과로 값이 빠르게 뛰었다. 연일 청주 부동산시장의 신고가 소식이 쏟아지는 뉴스에서는 방사광가속기 사업 호재에 비규제지역 풍선효과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4월부터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청주 아파트 거래는 3월 1842건, 4월 1833건에서 5월 5410건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외지인 거래 비중도 늘었다. 3월 외지인 투자자들의 매입 비중은 22%에 불과했지만 4월엔 40%로 뛰었으며, 5월엔 45%로 상승했다.


외지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청주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뜨기도 전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투자자들은 그 이유로 ‘스타 강사’를 지목했다. 상당구 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몰려드는 매수인들에게 어떻게 청주까지 집을 사러 왔냐고 물었더니 누가 이 곳을 찍어줬다고 하더라”며 “새 아파트 값도 3억원 이하(전용 84㎡ 기준)로 저렴하고 당시엔 규제도 없어 빠르게 치고 빠지기 좋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스타강사들의 추천 때문에 대전에 몰려갔던 투자자들이 값이 뛸만큼 뛰자 청주로 들어왔다고 추정한다. 이들 강사가 청주를 유망지역으로 추천한 시기가 바로 4월이었다.

탑동의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실상 호재 때문에 청주가 떳다기 보다는 스타강사가 찍어서 떳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시기적으로 그렇다”라며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오니 실수요자들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야할 것 같다는 심리로 동요되고 거기에 호재까지 나오니까 더 많이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투잡은 지역 실수요자들 "이젠 어쩌나"
그런데 6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6·17 대책과 7·10 대책이 연달아 나오면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아파트 정리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청주 집값을 뛰운 투자자들도 급매물을 던지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탑동 힐데스하임 분양권 값도 약 한달 새 4000만~5000만원 떨어졌다. 3억400만원에 분양했던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는 5월 3억5430만원에 팔리며 프리미엄(웃돈)이 5000만원가량 붙었지만 최근엔 3억원 전후로 값이 형성됐다.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한 분양권투자 전문가는 “6월 초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대부분 2000~3000만원은 손해를 봤다”며 “지금은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예전만큼 거래가 잘 안돼 물려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 시기에 집을 산 매수자들의 상당수는 실수요자들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6월 초는 투자자들은 이미 매수에 들어가 2~3번 손바뀜을 한 상태”라며 “언제나 실수요자들은 소문에 한 템포 느리지 않나. 투자자들이 던진 매물을 고스란히 받았다가 상투를 잡은 시민들이 많다”고 했다.

법인 거래가 많았던 아파트는 더 심각한 분위기다. 서원구 모충동 ‘LH트릴로채’ 아파트는 분양권 거래에서는 드물게 법인 매매가 많다. 본래 법인은 분양권 투자가 어렵다. 법인명의로는 중도금 대출이나 집단잔금대출이 불가능해서다. 하지만 이 단지는 지난해 5월 분양에 들어간 이후 1년 간 미분양 상태에 빠지자 중도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법인들이 투자에 들어갔다. 서원구 내 법인의 아파트 거래는 1월에서 3월까지 15~18건 수준에 불과하지만, 4월 들어서는 51건으로 늘었고 5월엔 127건으로 급증했다.

6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 것과 더불어 배당소득세까지 물게 되면서 법인들이 일제히 집을 내놓고 있다. 이에 매물은 쌓이고 집값은 떨어지는데, 매수 수요는 사실상 사라졌다.

LH트릴로채 인근 T공인 대표 박모 씨(54)는 “8000만원까지 뛰었던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그는 “이 단지는 사실 입지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잘 팔리지 않아 실수요자들 유입이 적었지만 외지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가격이 뛰자 화젯거리가 돼 인기가 높아진 단지”라며 “팔고 빠지면 되는 투자자들이야 약간의 금전적 손해 정도를 보겠지만 이 지역에 계속 살아야하는 시민들은 앞으로 집값이 내려 손해를 보는 것에 더해 앞으로 집이 안팔려 이사도 못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걱정
갭투자가 많이 이뤄졌던 구축 단지들에서는 세입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크지 않은 전세금이지만 혹시 그마저도 돌려받지 못할까봐 우려가 크다. 신혼부부 윤모 씨(34)는 최근 상당구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8500만원가량을 들여 전세를 얻었다. 앞서 약 두달 전 집주인은 이 주택을 8300만원정도에 매매해 오히려 집주인에게 2000만원가량을 준 꼴이 됐지만, 앞으로 청주 부동산값이 계속 뛸 것이라는 얘기에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매매가는 8000만원대로 떨어져 윤 씨가 준 전셋값보다 갭이 더 커졌다. 윤 씨는 “규제가 시행되면서 청주 집값이 이젠 계속 내릴 것이라는 말이 많던데 나중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가끔 밤잠을 설친다”고 우려했다.

갭투자자들이 몰려왔던 오래된 단지들은 사실상 분양권보다 급매가 더 빠르게 나오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들의 얘기다.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들면 신축보단 구축 단지가 받는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상당구 R공인 관계자는 “외지 투자자들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매물을 조금씩 정리하며 비교적 빨리 빠져나갔다”며 “한 투자자는 청주에서 이미 2억원 이상을 벌었으며 나머지 가지고 있던 구축 아파트들은 대책이 발표되자 1000만~2000만원씩 값을 낮춰 급매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현지인들은 값이 1000만원, 2000만원씩 떨어진다고 집을 선뜻 쉽게 팔지 못한다”며 “계속 매물이 나올텐데 집을 가지고 있는 주인도, 그 집에 사는 세입자들도 걱정”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현재 상당구 비하동의 효성아파트 전용 45㎡는 호가는 8000만원 전후. 2년 전 시세는 1억원 초반대, 전세가는 9000만원대였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내주려면 집을 팔아도 1000만원 정도가 부족하다. 인근 복대동 세원느티마을 전용 60㎡는 최근 1억7800만원까지 뛰었던 매매가가 1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2년전 전세가는 1억4000만~1억5000만원. 이 단지 역시 깡통주택이 돼버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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