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이 10여채 '갭투자'…국세청, 다주택 탈세자 세무조사 착수

입력 2020-07-28 13:56   수정 2020-07-28 13:58


국세청은 다주택 탈세자로 의심되는 개인 392명과 법인 21곳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28일 밝혔다.

국세청이 올해 세 번째로 벌이는 이번 기획조사 대상은 ▲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갭투자자 등 다주택자(56명) ▲ 법인 자금을 유출해 고가 아파트나 '꼬마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9개) ▲ 소득 없이 고액 자산을 취득한 연소자(62명) ▲신고 소득이 미미한데도 고가 주택을 사들인 전문직과 고액 자산가 자녀(44명) ▲ 사업소득 탈루나 편법증여 혐의가 있는 고액 전세입자(107명) ▲ 중개 수수료를 누락한 혐의가 있는 부동산 투자 강사와 업·다운 계약혐의자 등 중개 관련 탈세 혐의자(35명) ▲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통보된 탈세 혐의자(100명) 등이다.

관계기관 합동조사에서 포착된 탈세 혐의자에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모에게 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거나 친척 소유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자금을 매도자로부터 빌리는 등 편법증여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자금 출처를 철저히 추적해 편법증여 여부를 검증하고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과 특수관계 법인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878명을 조사해 현재까지 216억원을 추징했다.

이번 조사와 함께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동향을 정밀하게 살피면서 탈세행위 정보 수집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20세 A씨는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고가 주택을 취득했다. A씨가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던 것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가상의 월급을 받아온 덕분이다. A씨는 큰아버지를 거쳐 허위 차용증 작성, 금융거래 조작까지 일삼으며 아버지로부터 편법증여 받은 자금을 동원해 수억원의 증여세를 회피해왔다.

또 서울에 본인 주택을 보유한 30대 직장인 B씨는 올해 지방에다 자본금 100만원을 들여 1인 주주 법인을 만들고 법인에 돈을 빌려줘(주주 차입금)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다.

법인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면 자신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대폭 줄이고 양도소득세도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개인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해 최고 62% 고세율로 양도세가 부과되는데(양도세 중과), 법인을 설립해 매입한 주택은 개인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법인의 양도세 세율은 양도차익의 10∼25%로 개인 다주택자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

종부세 산정 때에도 법인 명의 주택은 개인의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을 대폭 낮출 수 있다.

B씨는 법인 명의로 산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로 주택을 매입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해 분양권과 주택 10여채를 사들였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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