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에 돌입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막판 스퍼트에 급제동이 걸렸다. 특허 소송에서 패하면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모더나는 27일(현지시간) 미국 87개 도시에서 3만 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임상 3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모더나가 알뷰투스 바이오파마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백신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더나는 2019년 알뷰투스의 지질나노입자 기술(LNP)이 특징적일 게 없다는 이유로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23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알뷰투스의 손을 들어줬다. 알뷰투스의 특허권이 유효하다고 인정해준 것이다.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표적한 몸 속 세포까지 전달해주는 지질 전달체 기술이다. 백신의 효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핵심 기술이다. 김정현 아이피센트 대표 변리사는 "모더나의 특허 침해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알뷰투스에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권으로 분쟁을 벌였던 미국 MSD는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과 일본 오노제약에게 2023년까지 글로벌 매출액의 6.5%를 지급한다. 키트루다의 매출액을 고려하면 연간 85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특허료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임상 3상에 드는 비용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모더나가 알뷰투스에게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 경우, 이는 모더나 백신의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더나가 항소할 수 있는 기간은 남아 있지만, 항소하는 경우 백신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모더나의 입장에서는 항소를 포기하고 알뷰투스에게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개발 일정을 양보하고 항소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백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백신의 효능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예방이 목적인 백신은 큰 부작용이 없는 한 빨리 접종하는 것이 방역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모더나의 백신 개발 일정이 늦춰지게 되면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넥신이 DNA 백신을, 아이진이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인 제넥신은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늘을 사용하지 않고 백신을 투여하는 ‘무바늘 투여법’을 승인받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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