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2071~2100년)에는 한국의 벼 생산성이 지금보다 25% 이상 줄어들 거란 분석이 나왔다.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35.5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물이나 식품을 매개로 한 감염병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모두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됐을 때 예측되는 현상이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공동으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대상으로 2014~2020년 발표된 19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의 연구 결과를 분석 및 평가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반도의 기온 및 강수 변동성이 온난화 현상 및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과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 대비 빠르다”고 진단했다. 지구 평균 지표온도는 1880년에서 2012년 사이 0.85도 상승한 가운데, 한국은 1912년부터 2017년 동안 약 1.8도 상승했다.
이대로면 21세기 말에는 4.7도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대표농도경로(RCP) 4.5 수준으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실현하면 2.9도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해수면은 29년간(1989~2017년) 연 2.9㎜ 상승했다. 최흥진 기상청 기후정책과 차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현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재배적지는 아예 없을거란 진단도 내놨다. 배, 포도, 복숭아의 재배적지도 현재보다 대체로 감소할 전망이다. 감귤은 강원도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온주밀감은 더 이상 제주도에서 재배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식물의 생육개시일은 앞당겨지고 낙엽시기는 늦어질 전망이다. 2090년 벚꽃 개화시기는 현재보다 11.2일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벚꽃축제 절정기’도 3월로 앞당겨지는 셈이다. 2080년대 들어서는 소나무 숲이 현재보다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말라리아(9.52~20.8%), 쯔쯔가무시증(4.27%) 등 매개 감염병이 증가하게 된다. 살모네라는 47.8%, 장염비브리오는 19.2% 증가할 수 있어 식중독도 늘어날 수 있다. 대기오염 및 알레르기로 인한 건강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전언이다.
모기에 시달릴 일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온난화로 인해 외래종인 ‘등검은말벌’과 ‘갈색날개매미충’을 비롯해 위생해충인 모기, 진드기 등이 갈수록 더 많아질 전망이어서다. 특히 모기는 1도가 높아지면 생체개체수가 2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중반 이후 여름철 냉방 전략소비가 겨울철 난방소비를 넘어설 것으로도 추정했다. 폭염 및 열대야로 과거 10년(2007~2016년) 대비 7~8월 건물부문 전력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증가폭은 7월이 14%, 8월이 14.2%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한국의 기후변화 관측, 예측, 영향, 적응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발간했다. 이른바 ‘기후변화 백서’다. 201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간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분야별 전문가 120명이 참여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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