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두고 공모형 부동산펀드 등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년 동안 단 한해라도 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공모 부동산펀드 가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모 부동산펀드 등 '투기자본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여당이 정작 건전한 공모투자까지 옥죄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재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을 보면 내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납부자의 이자·배당소득 과세특례 상품에 대한 가입제한이 확대된다.
현재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의 연간 합계액이 2000만원 미만인 개인에 대해선 14%의 단일세율로 분리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을 경우엔 근로소득이나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 42%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금소세를 내야 한다.
개정안은 고소득·대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를 목적으로 금소세 납부자의 과세특례 상품 가입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뒀다. 현재 금소세 납부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종합저축 등 2개 상품만 가입이 불가능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가입제한 대상이 공모부동산펀드와 각종 조합 출자·예탁금 등 9개 과세특례 상품 전체로 늘어난다.
과세특례 상품 가입 제한대상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지금은 전년도 금소세 납부자만 가입이 불가능하다. 내년부터는 직전 3개년도 중 1회만 금소세를 냈더라도 가입이 금지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가로 가입이 금지된 상품 중 공모부동산펀드가 포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모부동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은 올해 처음 도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공모부동산펀드·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3년 이상 5000만원 한도로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적용세율도 기존 14%에서 9%로 더 낮췄다.
공모부동산펀드에 이런 세제혜택을 준 건 ‘집값 안정’과 ‘건전한 투자풍토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부동산펀드는 대부분 사모형태로 운용돼 일부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진 측면이 있다”며 “아파트에 과도하게 쏠린 가계 유동성을 상업용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으로 유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재부안대로 세법이 개정될 경우 이런 정책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연 5% 가량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부동산펀드의 주 고객층은 금소세 납부자들이기 때문이다. 2017~2018년간 금소세 납부자는 매년 13만명에 달한다. 연 7.4% 목표수익률이 제시된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원만 넣어도 3년 만기 뒤 한꺼번에 2200만원의 수익금이 들어와 금소세 납부 대상이 된다.
한 당국 관계자는 “내년부터 과세특례 상품 가입이 제한되는 금소세 납부자 범위가 직전 3개년으로 확대될 경우 중복사례를 고려해도 대상인원이 최소 20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제개편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몰랐다”며 “기재부가 사전협의를 요청해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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