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계의 미래를 이끌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회가 다음달 잇달아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공연장과 음악대학이 문을 닫자 일시 귀국한 ‘해외파’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명문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20~30대 연주자들의 실력과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먼저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현악 주자 8명의 무대가 마련된다. 다음달 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영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현악본색’이다.
이날 페스티벌은 ‘바흐의 아침’(낮 12시), ‘이정현 첼로 독주회’(오후 3시30분), ‘현악본색’(오후 7시) 등 공연 세 편이 릴레이로 열린다. 스위스 톤할레오케스트라 부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26)과 베를린 도이체오퍼 단원인 비올리스트 이서현(27)을 비롯해 신진 음악가 8명이 공연에 나선다.
‘바흐의 아침’에선 비올리스트 이승원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비올라로 연주하고, 첼리스트 강승민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을 들려준다. 지난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은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선사한다. 이들 세 명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편성으로 편곡한 곡을 협연한다. 두 번째 공연에선 2018 통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이정현이 백고산의 ‘아리랑 변주곡’, 드뷔시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호흡을 맞춘다.
마지막 공연에선 8명의 현악 연주자들이 독주로 시작해 2중주, 3중주, 8중주로 확장되는 현악 앙상블의 정수를 선보인다. 3남매가 펼치는 트리오 공연도 눈길을 끈다. 첫째 이호찬(첼로), 둘째 이재형(바이올린), 막내 이서현(비올라)이 베토벤의 ‘현악3중주를 위한 세레나데’를 들려준다. 공연 말미에는 연주자 8명이 모두 무대에 올라 쇼스타코비치의 ‘현악8중주를 위한 2개의 소품’과 닐슨 가데의 ‘현악8중주 F장조’를 연이어 연주한다. 이서현은 “독일에선 모든 공연이 취소됐는데 한국에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는 다음달 18일부터 27일까지 여섯 차례 ‘젊은 음악가 시리즈’를 연다. 양윤희(피아노), 송민제 (첼로), 이정현(첼로), 이규봉(바리톤), 김상영(피아노), 이수민(플루트) 등 유망주 6인의 독주회가 이어진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다음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넥스트 스테이지’에 30대 젊은 지휘자와 10대 피아니스트를 무대에 세운다. 지휘자 박승유(33)와 피아니스트 임윤찬(16)이다. 지휘봉을 잡는 박승유는 2015년 런던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에는 부쿠레슈티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3번,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협연자인 임윤찬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영재’로 주목받았다. 13세 때 2017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했고, 다음해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 2위 및 쇼팽 특별상을 차지했다. 쿠퍼 콩쿠르에선 최연소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해 평단의 기대를 받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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