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곳은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활성탄여과지 부분이다. 가루보다는 큰 크기의 고순도 탄소입자로 채워져 있는 활성탄여과지는 유기물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정수 과정에서 냄새나 맛을 유발하는 이물질들을 걸러준다. 이렇게 걸러진 유기물이 깔따구 유충의 먹이가 되면서 수돗물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수장은 유기물을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물의 방향을 바꿔 수압을 높이는 ‘역세척’을 기존보다 더 자주 하고 있다. 하지만 활성탄여과지를 자주 교체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수처리업계에서는 고도정수처리 과정에서 활성탄여과지 다음 단계에 막여과공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막은 ‘중공사’(중간에 구멍이 뚫린 실) 형태의 멤브레인(특정 기체나 액체를 차단하거나 걸러주는 고성능의 섬유막)을 모아서 만든 필터 시스템이다. 구멍 크기가 0.1㎛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유충보다 더 작은 미생물, 박테리아까지 걸러낼 수 있다.
수처리업체 시노펙스의 ‘G-브레인 P7 시리즈’를 사용하면 지름 21.6㎝, 높이 2.2m 크기의 막 한 개당 하루 100~150t의 물을 정수할 수 있다. 이 필터 100개로 구성한 시스템을 적용하면 하루 1만t 이상 정수가 가능하다. 서울 시민 1인당 하루 수돗물 소비량이 282L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1만 가구(4인 가구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설치비는 약 30억원 수준이다.
시노펙스는 1985년부터 필터를 생산하며 수처리사업을 해온 업체다. 지난해 9월 LG화학으로부터 마이크로필트레이션(MF) 멤브레인 생산설비와 자산을 인수한 뒤 기존에 개발한 울트라필트레이션(UF) 멤브레인 기술과 나노필트레이션(NF) 멤브레인 기술을 결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어 11월에는 이를 활용해 인도네시아 수방시의 ‘찌아씀-블라나깐’ 지역 정수장 건설, 운영, 재보수 사업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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