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 기업이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는 에이치엘비(3391억원)와 퓨쳐켐(302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에는 헬릭스미스(1496억원) 오이솔루션(268억원) 화성밸브(73억원) 코이즈(49억원) 등이 유·무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R&D와 설비투자에 한창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이런 방식을 즐겨 활용하고 있다.
주주들의 관심을 끌어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공짜 신주 발행을 곁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유통 주식을 늘려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공짜 신주라는 일종의 보상을 통해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라며 “유상증자를 무사히 끝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자 발표 이후에도 주가 흐름이 양호하면 주주들은 ‘보너스 수익’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증자에 나선 기업의 주가가 계속 신주 발행가격을 웃돌면 유상증자에 참여해 받은 신주뿐만 아니라 무상으로 획득한 신주를 통해서도 쏠쏠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에이치엘비가 이런 사례다. 이 회사 주가는 대규모 증자 발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증시 침체로 지난 3월 19일 8만800원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유상 신주 상장일인 지난달 19일 에이치엘비 주가는 10만3500원으로 신주 발행가격(7만8700원)보다 31.5% 높았다. 무상 신주가 발행된 6월 23일 주가는 10만2800원을 기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발표 이전부터 취약해진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주가 하락을 겪는 기업이라면 무상증자 카드를 꺼내도 주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무상증자는 어디까지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일 뿐 유상증자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