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적 핵 억제력' 강조한 김정은

입력 2020-07-28 17:58   수정 2020-07-29 01:3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이 ‘자위적 핵 억제력’을 거론하며 핵 보유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 협상 테이블에 ‘비핵화’ 카드는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과 함께 한편으론 북한 주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6·25전쟁 휴전 67주년 기념일로 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규정한다.

김정은은 “남들 같으면 백번도 더 쓰러지고 주저앉았을 험로 역경을 뚫고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우리는 핵 보유국에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제는 끄떡없이 우리 스스로를 믿음직하게 지킬 수 있게 변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한다”며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고 넘본다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 억제력을 언급했었다. 지난 5월에도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5차 확대회의 비공개회의에서는 ‘전쟁 억제력’으로 표현의 수위를 조금 낮췄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6차 대회에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기정사실화하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한 점이 이전 대회와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열린 노병대회 중 참석해 연설까지 한 것은 2015년 4차 대회뿐이다. 당시 김정은의 연설에는 미·북 간 대립 국면에도 핵 억제력 언급이 없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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