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전·월세 신고제와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급 적용과 예외 인정 등에 대한 세부 논의 없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고 있다. 신축과 구축 아파트의 전셋값이 역전되는 등 시장 왜곡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게 많다. 우선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적용하는지가 쟁점이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계약 종료 후 새로 체결되는 계약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법 시행 전에 체결된 전세 계약에 적용할지도 관심이다.
임대차 3법이 지나치게 집주인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고자 할 경우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다. 하지만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악용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갱신 계약을 거절한 집주인은 2년간 의무 실거주하는 등의 규정을 넣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보완책이 계속 나오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셋값이 폭등한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2년간 직접 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새 임차인을 구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갱신청구권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 외에 표준임대료제 도입도 예고돼 있다. 각 지자체가 일정 기준에 따라 표준임대료를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선호도가 높은 새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전셋값이 낮아지는 왜곡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통상 새 아파트가 입주할 땐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다음 전세 만기 때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임대차 3법으로 충분한 가격 인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오는 12월 입주 2년차를 맞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84㎡ 전셋값은 현재 10억~11억원 수준이지만 2년 전엔 5억원대 중후반까지 계약이 이뤄졌다. 강동구 고덕동에서 지난해 9월 입주한 고덕그라시움 등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집주인들이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를 내보내기 어려워진 만큼 ‘갈아타기’가 위축될 수 있다”며 “전세를 낀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매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석/전형진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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