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뉴질랜드 '성추행' 외교관 문제 정상간 통화 '당혹'

입력 2020-07-29 15:13   수정 2020-10-27 00:02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현지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가 고심에 빠졌다. 정상 간 통화에서까지 이 문제가 언급되자 외교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9일 외교부는 최근 한국 외교관 김모 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 근무 당시 뉴질랜드인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피해자 주장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는 인사제도팀과 감사관실, 국제법률국을 중심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Newshub)는 지난 2017년 말 한국 외교관 김씨가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2017년 대사관 안에서 현지 직원 A씨의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지고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3가지로, 뉴질랜드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각 혐의마다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상사에게 해당 상황을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몇 주 후 김씨는 A의 가슴을 쓰다듬는 등 재차 성추행을 했다고 뉴스허브는 보도했다. 한 달 후 김씨는 뉴질랜드를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후 2018년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현재 동남아 지역의 한 국가 한국 공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이후 뉴질랜드 법원이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질랜드 외교부가 한국 정부에 조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외교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김씨에게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린 바 있으며 김씨가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외교관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의거해 외교관의 신분상 안정과 직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접수국의 일체의 형사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

이상진 주뉴질랜드 대사는 뉴스허브와 인터뷰에서 "김씨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인지 여부는 김씨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외교부도 지난 27일 "아직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점,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외교부 바람과는 다르게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간 대화에서는 특정 개인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교부 일각에서 당혹감도 감지된다.

또 피해자 측이 이 사안에 대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으며 인권위는 조만간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면서 외교부의 대응에 국내외의 이목이 쏠린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뉴질랜드 언론에 보도된 한국 고위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관계 부처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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