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한동훈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자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물리력을 동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날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USIM 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날 오전 한 검사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었으며 이때 휴대전화 유심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하려 했으나 한 검사장이 소환에 불응하면서 현장 압수수색을 집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압수수색에는 수사팀의 책임자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가 수사팀 소속 장모 검사를 대동하고 직접 나섰다. 한 검사장 측에 따르면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에게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고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어도 되는지 물어 정 부장검사의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때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려는 순간 정 부장이 소파 건너편 탁자 너머로 몸을 날려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탔다는 게 한 검사장 측 주장이다.
한 검사장 법률대리인인 김종필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고 그 과정에서 한 검사장 몸위를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 상황은 참여 직원과 법무연수원 직원 등 다수가 목격했으며 이후 항의 과정에서 이 상황을 인정하는 정 부장검사의 태도가 녹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수사팀의 입장은 달랐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저지하려고 정 부장검사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정 부장검사가 이로 인해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 부장검사는 현재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해명에 한 검사장 측은 서울중앙지검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한 검사장이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고 재차 반박했다.
수사팀은 폭행 공방 속에서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미 압수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분석이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심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검사장 측은 수사팀의 압수수색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이에 대한 대응도 나설 예정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강행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좀 더 확실한 공모의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어떤 증거들이 추가로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공개된 녹취록 내용만으론 한 검사장을 이철 전 VIK대표에 대한 강요미수 공범으로 엮기엔 무리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최근 KBS 오보 사태를 거치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전문을 공개한 두 사람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 외에 ‘스모킹 건’이라 할 수 있는 확실한 다른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는 추측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저는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 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과 중앙지검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음은 한동훈 검사장 측 입장문 전문.
금일, 한동훈 검사장은 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 검사로부터 법무연수원 압수수색 절차 과정에서, 일방적인 신체적 폭행을 당했습니다. 공권력을 이용한 독직폭행입니다.
금일 오전, 정진웅 부장 등이 법무연수원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도착했고, 한동훈 검사장은 압수수색 영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정진웅 부장에게 법에 보장된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였고, 한동훈 검사장은 정진웅 부장에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변호인 김종필에게 전화를 해도 되겠는지를 물었습니다. 정진웅 부장은 한 검사장에게 바로 사용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검사장이 휴대폰(변호인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고, 기억하지 못하니 이 휴대폰으로 전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으로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 비번을 풀려 하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진웅 부장이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동훈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진웅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장태영 검사, 참여 직원, 법무연수원 직원 등 목격자 다수 있고, 이후 항의 과정에서 이 상황을 인정하는 정진웅 부장의 태도(정진웅 부장은, 저를 잡아 넘어뜨리고 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폭행이 아니라 제지였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가 녹화되어 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협조하려는 입장이었으나, 수사검사로부터 이런 독직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정진웅 부장은,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면,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고 주장하나, 다른 사람이 아닌 정진웅 본인이 한동훈 검사장에게 휴대폰으로 변호인에게 통화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락했고,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었으므로, 한 검사장이 무슨 정보를 지울 리도 없습니다. 전화를 하게 허용했으면서, 어떻게 휴대폰 비번을 안 풀고 어떻게 전화를 하겠습니까. 사람을 바닥에 넘어뜨려 폭행한 이유로서는 말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후, 한 검사장은 폭행 당사자인 정진웅에게 압수수색 절차와 수사절차에서 빠질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였으나, 정진웅은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다른 검사도 있으니, 다른 검사를 추가로 투입하더라도, 정진웅 본인이 압수수색을 계속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상식적인 요구였습니다. 저를 수사과정에서 폭행한 사람을, 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배제해 달라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임에도, 정진웅 부장은 이를 그대로 묵살하였습니다. 재차 상부에 그러한 요구를 전달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였으나, 정진웅 부장은 자기가 결정할 문제라면서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3:30경 변호인이 도착해 항의하고 나서야, 입장을 바꿔 본인이 빠지겠다면서 돌아갔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정진웅 검사에게 공권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독직폭행당했고, 법적 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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