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20% 급증해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 폭탄’이란 말이 나왔던 작년보다도 증가폭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예년보다 작았던 터라 “시세는 안 올랐는데 세금만 확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에 문의한 결과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달 부과한 주택분 재산세는 총 2조4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재산세는 매년 7월과 9월 50%씩 나눠 부과된다. 이를 감안한 올해 연간 수도권 주택분 재산세는 4조9600억원(7월분×2)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징수액(4조1100억원)보다 20.7%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은 작년(15.4%)을 5%포인트 웃돌고, 2008년(28.6%) 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은 전체 주택 재산세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서울은 2조8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2% 증가할 전망이다. 경기(1조8000억원)는 16.5%, 인천(3000억원)은 32.3% 늘어난다.
재산세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만 내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내는 세금이다. 이 때문에 ‘보유세 폭탄’이 고가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1주택자와 중저가 주택 보유자 등 서민에게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서울과 경기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각각 14.7%, 2.7% 인상됐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도 각각 6.8%, 4.5%에 이른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세금 폭탄은 당연한 귀결이다.
공시가격이 이처럼 뛴 것은 집값이 오른 것도 한 원인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운 정부의 인위적인 인상 의미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8억5951만원으로 2018년 12월(8억1378만원)에 비해 5.61%(4573만원) 올랐다. 아파트 이외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까지 감안하면 집값 상승률은 더 낮아진다. 그런데 공시가격이 14% 이상 오른 것은 시세 반영 비율(현실화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정모씨는 “9억5000만원 정도 하는 시세는 1년간 크게 안 올랐는데 재산세는 작년 132만원에서 올해 166만원으로 25% 넘게 올랐다”며 “집값은 안 올랐는데 세금만 확 올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만 증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시가격 인상 정책은 일반 서민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보유세 인상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해 공시가 올리기 정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종부세는 세율까지 인상한다. 정부는 현재 0.5~3.2%인 세율을 내년 1.2~6.0%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유경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공시가격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토부 장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며 “공시가격 조정을 통한 급격한 세금 인상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무리한 공시가격·보유세 인상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수도권 재산세 12년 만에 최대폭 증가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에 문의한 결과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달 부과한 주택분 재산세는 총 2조4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 재산세는 매년 7월과 9월 50%씩 나눠 부과된다. 이를 감안한 올해 연간 수도권 주택분 재산세는 4조9600억원(7월분×2)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징수액(4조1100억원)보다 20.7%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은 작년(15.4%)을 5%포인트 웃돌고, 2008년(28.6%) 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은 전체 주택 재산세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역별로 서울은 2조86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2% 증가할 전망이다. 경기(1조8000억원)는 16.5%, 인천(3000억원)은 32.3% 늘어난다.
재산세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만 내는 종합부동산세와 달리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내는 세금이다. 이 때문에 ‘보유세 폭탄’이 고가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1주택자와 중저가 주택 보유자 등 서민에게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정책이 세금 폭탄 주범”
올해에는 단순히 “세금이 너무 많다”를 넘어 “억울하다”는 불만을 나타내는 납세자가 많다. 올해 재산세는 상반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된다.올해 서울과 경기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각각 14.7%, 2.7% 인상됐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도 각각 6.8%, 4.5%에 이른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세금 폭탄은 당연한 귀결이다.
공시가격이 이처럼 뛴 것은 집값이 오른 것도 한 원인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운 정부의 인위적인 인상 의미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8억5951만원으로 2018년 12월(8억1378만원)에 비해 5.61%(4573만원) 올랐다. 아파트 이외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까지 감안하면 집값 상승률은 더 낮아진다. 그런데 공시가격이 14% 이상 오른 것은 시세 반영 비율(현실화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정모씨는 “9억5000만원 정도 하는 시세는 1년간 크게 안 올랐는데 재산세는 작년 132만원에서 올해 166만원으로 25% 넘게 올랐다”며 “집값은 안 올랐는데 세금만 확 올리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는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만 증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시가격 인상 정책은 일반 서민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로 경제 위축 우려 커져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 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이라 세금 폭탄이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보유세 부담이 너무 늘어 외식비와 아이들 교육비를 졸라매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전 국민적인 조세 저항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유다.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보유세 인상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월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해 공시가 올리기 정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종부세는 세율까지 인상한다. 정부는 현재 0.5~3.2%인 세율을 내년 1.2~6.0%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유경준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공시가격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토부 장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며 “공시가격 조정을 통한 급격한 세금 인상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무리한 공시가격·보유세 인상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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