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긴 장마에 고전하는 맥주업계…제주 한달살기 등 '파격 마케팅'

입력 2020-07-29 17:16   수정 2020-07-30 02:30

여름은 맥주 성수기다. 연중 팔리는 맥주의 절반가량이 6~8월에 팔린다. 맥주 회사들의 마케팅도 이때 집중된다. 수년간 지역 맥주축제, 여름철 팝업 스토어, 음악 페스티벌 등을 후원하며 맥주 마니아들을 만나왔다.

올해는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축제를 포함한 오프라인 이벤트가 대부분 취소됐다. 맥주 회사들은 여름철 마케팅에 쏟아붓던 예산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굿즈’, 온라인 마케팅 등으로 돌리고 있다. 온라인에 체험 공간을 열고 추첨을 통해 1인 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홈술족’이 늘면서 한여름에 이례적으로 ‘소주 마케팅 경쟁’도 한창이다.
홈술족 겨냥한 굿즈 열풍
하이트진로는 2015년부터 매년 8월 열던 대규모 전주가맥축제를 올해는 취소했다. 2018년부터 매년 5월 해오던 ‘이슬라이브 페스티벌’도 건너뛰었다. 올해 돌파구는 ‘굿즈’다. 하이트진로는 온라인으로 인기 브랜드 굿즈를 모아 ‘요즘 쏘맥 굿즈전’을 열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11번가와 손잡고 두방울잔, 두꺼비 피규어 등의 굿즈를 내놨다. 한정판 특가로 내놓자마자 완판됐다. 한방울잔 2000개는 90초 만에 완판됐다. 테라홈쏘맥잔, 테라미니박스 오프너 1000개는 33초 만에, 진로의 두꺼비 피규어 1000개도 30초 만에 매진됐다. ‘두꺼비 슬리퍼’도 81초 만에 다 팔렸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상무는 “테라 참이슬 진로 등 ‘요즘쏘맥’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이색 굿즈에 재미를 느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속 페스티벌 3만→8만 명 봤다
오비맥주도 편집숍 29CM과 협업해 ‘오비라거 썸머 굿즈’를 내놨다. 오비라거의 마스코트인 곰 캐릭터 ‘랄라베어’(사진) 얼굴이 담긴 유리잔 세트와 컵받침, 튜브형 얼음통, 접이식 미니천막 등이다.

오비맥주는 온라인 음악축제를 밀고 있다. 지난 5년간 세계 최정상 전자댄스음악(EDM) 아티스트를 모아 열었던 음악축제 ‘카스 블루 플레이 그라운드(CBP)’를 온라인으로 장소를 옮겼다. 지난 18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카스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생중계했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8만 명이 동시 접속해 83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희문 마케팅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지친 2030 소비자를 응원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행사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도 ‘워터밤 서울’ ‘5STARDIUM’ 등의 여름 음악 축제를 후원하다가 올해는 본격적으로 홈술족과 혼술족을 겨냥하고 있다. 신제품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내놓고 ‘맥주 쿨러백 패키지’를 선보였다. 소주도 ‘처음처럼 FLEX’ 등 한정판의 페트, 미니 제품 등을 내놓고 가정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온택트 공간’ 만들고 제주 한달살기
2018년 연남동에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팝업 스토어를 내고 화려하게 데뷔한 제주맥주는 올해 이색 디지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제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온라인 공간을 지난 23일 열었다. “매일의 여행을 만든다”는 주제로 분위기에 따라 맥주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했다.

신규 온라인 공간 속에서는 ‘제주맥주 한 달 살기’ 프로모션도 한다. 총 네 명을 선정해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위한 숙소와 렌터카, 항공권, 여행 키트, 방역용품까지 전액을 지원한다. 오는 8월 6일까지 웹사이트에서 신청을 받는다. 한 달 동안 ‘유유자적 한 달 살기’, 양조장에서 일해 보는 ‘일하면서 한 달 살기’ 중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최종 선발되면 8월 17일부터 9월 13일까지 한 달간 제주에서 살아볼 수 있다. 문혁기 대표는 “오프라인 체험이 어려운 시기지만 온라인에서 충분히 순간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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