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배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 놓고도 끝내 합의를 거부한 민주노총을 더 이상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문 위원장은 “어제(28일)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현 정부의 사회적 대화는 민주노총 없이 하는 것으로 정부 내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반찬이 맘에 안 든다고 밥상을 걷어찼다거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직선 위원장을 정파들이 무시했다는 말들이 나온다”며 “앞으로 민주노총이 스스로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대화 파트너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노사정은 40여 일 동안 논의를 진행해 고용 유지와 기업 살리기, 사회안전망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내부 강경파 반발에 부딪혀 합의를 끝내 거부했다. 결국 민주노총을 제외한 나머지 노사정 대표자만 모여 지난 28일 합의문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 위원장은 “(합의안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책임지고 하겠다고 해서 대통령과 총리도 주저하던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시작했지만 성공하지 못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상황을 정리해서 후속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미련을 버린 정부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절실히 원하는 게 있으면 상대방의 절박한 한 가지를 들어줄 수 있는 자세가 돼 있는 조직은 한국노총이 유일하다”며 “민주노총은 아직까지 그런 상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문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3월 초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 대타협 선언을 해 놓고도 다시 민주노총을 끌어들이면서 3개월 넘게 허송세월만 했다는 이유다. 한국노총 출신 환노위 야당 간사인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은 문 위원장을 향해 “한국노총이 참여한다고 해서 (문 위원장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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