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계열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SPC그룹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창업자인 허영인 SPC 회장과 조상호 전 SPC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등은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SPC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소송전에 나서기로 했다. 웬만한 대기업도 공정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SPC는 이후 계속해서 사정기관들의 조사를 받았다. 그해 12월 검찰을 시작으로 5개월 동안 국세청, 공정위가 차례로 SPC 조사에 나섰다.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는 무혐의 등으로 일단락됐지만 공정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의 근거로 계열사들이 SPC삼립에 ‘통행세’ 형식으로 414억원을 부당지원했다고 했다. SPC그룹 계열사들은 크게 밀과 계란, 우유 등 빵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생산계열사,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비알코리아(던킨도너츠) 등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빵계열사로 나뉜다. 생산계열사에서 제빵계열사로 원재료가 넘어가는 과정에서 SPC삼립을 거치게 돼 이 과정에서 SPC삼립이 부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SPC 측은 “계열사 간 거래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생산계열사들은 말 그대로 공장이나 농장으로 물류 및 판매, 연구개발 기능이 없어 관련된 역할을 SPC삼립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계열사 중 하나인 밀다원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입한 페리텍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밀에서 밀가루를 만드는 제분 공정 초기에 원맥의 표피를 얇게 깎아내 이물질과 중금속, 미생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SPC삼립 연구진 및 구매조직의 도움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날 스스로의 발표 내용을 두 시간 만에 뒤집기도 했다.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SPC그룹이 오너 2세 승계를 위해 부당한 방법으로 SPC삼립의 주가를 부양했다’고 했다가 기자 브리핑 과정에서 “SPC 오너 일가를 포함해 특정인이 사익을 챙겼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것이다. 자료에서는 SPC가 그룹 차원에서 상장사인 SPC삼립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부당한 방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주가가 오르면 SPC삼립 지분 22.9%를 보유하고 있는 SPC 2세들의 재산가치가 늘어나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파리크라상(비상장사) 주식을 인수할 자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SPC그룹의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성립되지 않는다. 파리크라상이 SPC삼립의 주식 40.7%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SPC삼립 주가가 오르면 파리크라상 지분의 평가가치도 높아져 2세들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파리크라상 지분은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SPC삼립과 파리크라상의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 허 회장이 소유한 파리크라상 지분 63.5%를 추후 넘겨받는 2세들의 상속세만 불어나게 된다.
노경목/김보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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