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 박사)
상속세나 증여세는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에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일시에 납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 즉시납부 또는 전액납부를 강제하면 상속인들에게 과도한 부담과 불이익을 주게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 이 같은 곤란함을 해소하기 위해 분할납부제도와 연부연납제도를 둔 이유다.
분할납부제도는 상속세를 일시에 납부하지 않고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납부할 금액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그 납부할 금액의 일부를 납부기한이 지난 후 2개월 이내에 분할납부할 수 있다(상증세법 제70조 제2항). 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 이하인 때에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분납할 수 있고, 납부할 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때에는 그 세액의 100분의 50 이하의 금액을 분납할 수 있다(상증세법 시행령 제66조 제2항).
한편 연부연납제도는 세금을 일정기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은 상속세 납부세액이나 증여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세의무자의 신청을 받아 연부연납을 허가할 수 있다(상증세법 제71조 제1항). 연부연납 기간은 허가일로부터 5년인데, 가업상속재산인 경우에는 허가일로부터 10년(가업상속재산의 비율이 50% 미만인 경우) 또는 20년(가업상속재산의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이다(상증세법 제71조 제2항).
연부연납신청은 과세표준 신고기한이나 납세고지서상 납부기한까지 해야 한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납세의무자는 연부연납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한다(상증세법 제71조 제1항). 제공할 수 있는 담보의 종류로는 금전, 유가증권, 납세보증보험증권, 토지, 건물 등이 있다(국세기본법 제29조). 납세의무자에게 실질적으로 납세여력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연부연납 허가요건을 갖춘 경우에 과세관청은 연부연납을 허가해야 한다(기속재량).
연부연납을 허가받은 경우에는 분납을 허용하지 않는다(상증세법 제70조 제2항 단서). 연부연납 자체가 상속세를 분할해 납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이중으로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연부연납을 신청해 허가를 받은 상속인이 별도의 이자 부담 없이 2개월 동안 납부를 유예 받는 것은 이중의 혜택을 받는 것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함임).
그런데 만약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은 연부연납신청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분납신청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과세관청이 이를 허용해야 할까? 이에 관해서는 아직 확립된 판례나 실무적인 예가 없는 실정이다.
생각건대 △원칙적으로 연부연납과 분납을 동시에 허용할 수 없다는 점 △공동상속인들은 상속세 연대납세의무가 있으므로 과세관청으로서는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세 전부를 납부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상속인들이 각자 자기 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세에 대해서만 납부방식을 달리 하는 것은 과세행정 측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상속인 전원에 대해 통일적으로 납부방식을 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 법학석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고려대 법학박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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