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스벤처스와 IMM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탈(VC)들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에 자금을 수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행은 반드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이들이 투자에 나선 이유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43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알토스벤처스의 주도로 IMM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자들을 비롯해 신규 투자사인 산업은행, 액시엄캐피탈(싱가포르), 파텍파트너스(프랑스), 테크톤벤처스(미국) 등이 참여했다. 기존 주주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다섯 번째, 알토스벤처스와 IMM인베스트먼트는 네번 연속 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투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글로벌 여행 산업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2012년 설립된 마이리얼트립은 자유여행 상품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해 숙박, 항공, 패키지여행, 액티비티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성장은 지난해 거래액 360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국내인들의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매출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해외여행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 빠르게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전환해 국내 여행 부문 매출이 과거 최고치 대비 4배 가량 늘었지만 올해 역성장은 기정사실화된 상황. 연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이뤄진다고 해도 해외여행의 정상화는 일러야 내년 중순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라 1~2년 내 전망도 긍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리스크 이상의 기회가 마이리얼트립에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투자에 참여한 기관들은 마이리얼트립의 기업가치를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작년 1월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보다 기업가치가 적지 않은 수준으로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벤처투자에 대한 신중론이 대두되며 사업모델에 타격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깎이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마이리얼트립이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이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 국면에서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수혈하고 추가 투자를 통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여행 재개 이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넓혀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여행 중개 플랫폼의 수수료율은 통상 거래액의 10~20% 수준이다. 일단 초기 투자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해 일정 수준 이상의 거래 규모를 달성하면 이후부턴 비용은 늘지 않으면서 거래액에 비례해 늘어나는 수입을 대부분 이익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중개 플랫폼은 최대한 많은 상품을 유통시켜 거래액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여행 시장 회복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회복 국면을 주도할 리딩 컴퍼니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역시 이번 투자 소식이 알려진 후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여행은 돌아온다"며 "그때 준비된 팀이 시장을 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번 투자금을 검색 및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항공·숙박·투어·액티비티 등 다양한 활동들을 소비자가 선호에 맞게 재조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140명 수준(개발 인력 약 70명)인 인력도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갈 예정이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마이리얼트립은 단순 여행업체가 아닌 테크(기술)기업"이라며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다양한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개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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