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타매트릭스에서 패널 20개를 생산할 때마다 패혈증 환자 1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기존 미생물 진단제품과 결이 다른 혁신 제품으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겠습니다.”
권성훈 퀀타매트릭스 대표(사진)가 패혈증 치료에서 신속한 항균제 감수성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퀀타매트릭스는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부 교수인 권 대표가 2010년 세운 미생물 진단기술 개발 업체다. 미생물 진단시장의 본고장인 유럽 8개국에 미생물 진단제품을 납품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오는 9월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하지만 슈퍼박테리아 등 항생제 내성균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에 쓰이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세균 감염에 많이 쓰이던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은 내성률이 60%까지 올라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가 2050년에는 암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감염된 균에 들어맞는 항생제를 빠르게 찾아내는 작업이 패혈증 사망자를 줄이는 핵심이 된 것이다.
퀀타매트릭스는 패혈증 확진 후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항균제 감수성 검사는 세균이 항균제에 의해 얼마나 잘 파괴되는지를 알아보는 검사다. 특정 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균제를 찾는 게 이 검사의 골자다.
권 대표는 미국 유학 중이던 2000년 한국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미국에서 혁신 제품으로 인정 받는 쾌거를 보면서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 공학기술을 접목한 혁신 제품을 내놓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한국에 돌아온 권 대표는 서울대 연구실에서 반도체 공정 기술에서 쓰이던 미세유체 제어기술을 이용해 항균제 감수성 검사 시간을 줄이는 기술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이 기술은 60시간 걸리던 검사 시간을 10시간 줄여 50시간 정도로 만드는 수준에 불과했다.
퀀타매트릭스가 개발한 항균제 감수성 검사 제품인 ‘dRAST’는 정제배양 절차를 없앴다. 혈액에서 배양한 균으로 바로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실시해 총 검사시간을 6~7시간으로 줄였다. dRAST는 항균제별 균의 번식 정도를 시간에 따라 촬영해 어떤 항균제에 균이 더 잘 반응하는지를 단시간에 확인한다. 권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미세유체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유리입자에 균을 물리적으로 고정시켜 배양하는 기술인 ‘미세유체 아가로즈 채널’ 기술을 개발했다. 권 대표는 “미세 유리입자별로 다양한 단백질, 항체, DNA를 붙여 놓으면 단 한 번의 혈액 검사로도 균이 어떤 항생제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검사 절차는 자동화돼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우려도 없다.
권 대표는 후속 제품 개발에도 나섰다. 미세유체 아가로즈 채널 기술을 활용해 결핵균에 대한 항결핵제 감수성 검사를 하는 장비인 ‘QDST’는 개발이 끝났다. 정제배양 단계에 이어 혈액배양 절차도 생략할 수 있는 제품도 연구 중이다. 권 대표는 “환자에게서 혈액을 채취한 직후에 균의 종류를 곧바로 파악하면 2시간 이내로 검사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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