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이자 폴글렌노화생물학연구센터 소장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언론인 매슈 러플랜트와 함께 쓴 《노화의 종말》에서 ‘죽음을 기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늙어야 하는 생물학적 법칙은 따로 없다”며 “노화는 질병에 불과하며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중적인 의학 문헌 ‘머크노인의학편람’은 노화를 ‘신체 기능의 불가피하고 돌이킬 수 없는 쇠퇴’라고 기록했다. 저자는 이런 정의에 반대한다. 그는 “노화에 대한 정의부터 잘못된 탓에 공공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노화가 질병이 아니라서 연구 지원, 약물 개발 등 체계조차 구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이 학술적으로도 타당할까. 저자에 따르면 2010년께 연구자들은 “늙는다는 것은 ‘노화의 징후’들이 나타난 것”이라고 합의했다. 줄기세포가 소진되고 노화세포가 축적되는 현상들이 그런 징후로 제시됐다.
저자는 이런 합의는 ‘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생체 정보에 있다”는 그의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세포 안에는 아날로그 정보와 디지털 코드가 들어 있다. 네 가지 염기물질로 이뤄진 유전자(DNA)는 4진법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후성유전체는 일종의 아날로그 정보다. 후성유전체의 복잡한 구조 탓에 세포가 복제될 때 엉뚱한 생체정보가 껴든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노화의 원인으로 봤다. 그는 “세포 안에 있는 생체 정보가 없어지는 게 바로 노화”라며 “세포가 분열할 때 ‘후성유전체’가 끊기며 노화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화 원인을 규명했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저자는 노화를 막는 최신 의학 기술과 바람직한 생활습관 등을 소개한다. 그는 “필요한 열량까지만 섭취하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꾸려 세포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며 “노화만 정복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당뇨병, 골다공증, 암도 완치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