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지난 29일 계열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SPC그룹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허 회장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공정위 발표 내용을 보도하면서 지난달 17일 전원회의에서 있었던 ‘덧칠된 배치도’ 내용도 함께 소개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30일 한경 보도에 대해 반박 자료를 냈다. ‘SPC 회장이 참석했다는 정황이 있어 이해를 돕기 위해 가필했지만 왜곡은 아니다’는 요지다.
공정위는 종종 기업 관계자들을 ‘자료 제출 소홀’로 전원회의에 고발한다. 내용 자체에 대한 조작·왜곡이 없더라도 서식과 양식이 자신들이 요구한 것과 다르면 고발 대상이 된다. 그런 공정위가 스스로에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
공정위는 SPC삼립의 ‘통행세’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SPC 제재 조치 발표를 앞두고 한 브리핑에서 “SPC삼립이 계열사들에서 (받은) 33억원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역할은 했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이 내용도 기사에 담았다. 하지만 이날 나온 한경 보도 반박 자료에선 “SPC삼립이 실질적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정위가 반박 자료를 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29일 발표 자료에서 “부당 지원이 SPC 2세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한 부분이다. 공정위는 발표 자료 말미에서 SPC의 주가 등락을 언급하며 회사가 총수 일가를 위해 부당하게 주가 상승을 시도했다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공정위는 “2세 승계와 계열사 부당 지원 사이의 관계는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SPC는 이번 공정위 조치에 대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부당지원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이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와 발표 과정에서 스스로도 자신할 수 없는 혐의를 사실인 양 몰아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민간에 대한 조사권을 가진 공정위는 스스로의 책임과 말의 무거움을 자각해야 한다. 조사 결과나 발표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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