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회사 통장을 압류하면서 회사 운영자금이 동결됐다. 직원 급여는 물론 협력업체 물품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금호타이어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은 30일 광주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 회사 운영자금 통장을 동결했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27일 회사를 상대로 낸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채권 압류)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생긴 일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 금액은 204억원으로, 금호타이어의 작년 전체 영업이익(574억원)의 35%에 달한다.
금호타이어는 이들이 협력업체의 감독을 받아 근무했고 회사가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금호타이어 근로자들과 분리된 작업 공간에서 근무한 점을 이유로 파견 계약이 아니라고 맞섰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1심 판결이 경쟁사나 다른 제조업체의 판결과 차이가 있어 항소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내 협력사 근로자 4명이 낸 정규직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들이 한국타이어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조는 1심 판결 이후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 일부 지급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경제계에선 비정규직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운영자금 통장 압류는 일반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 근로자들이 급여를 보장받기 위해 쓰는 비상 조치”라며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용도 하락에 따른 기한이익상실(금융회사가 만기 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원한다는 비정규직 노조의 해사(害社) 행위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정규직 노조는 지금이라도 채권 압류를 해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보형/도병욱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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