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직원들, 21년 만에 첫 서울 상경 집회 나서는 이유

입력 2020-07-31 14:15   수정 2020-07-31 14:35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들이 1999년 2월 공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정규직 노조)은 정부와 사측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정책에 항의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공정문화제)’를 다음달 1일 서울 청계천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개최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6월22일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보안검색 비정규직 1902명을 본사에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하겠다는 발표 이후 정규직 노조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 노사 협치 정신 벗어난 졸속 정규직화
“1400여 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서울까지 올라가 공정문화제를 열게 된 이유는 구본환 사장의 일방적인 졸속 정규직화 추진입니다.”

장기호 인천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지난 2월28일 제3기 노·사·전 협의회(인국공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노조, 사용자, 전문가 모임)는 상호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구 사장이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노·사·전 협의회 합의문에 따르면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직고용에 따른 법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경비에 사업부제 방식으로 편제하기로 돼있다. 공사 노조는 보안검색 요원들의 본사 직고용을 추진하더라도 법적 문제가 어떻게 해소됐는지, 어떤 신분 형태로 고용할 것인지 노조와 한마디 상의가 없었다는 데서 졸속 정규직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 측이 공정, 투명, 협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인국공 사태의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보안검색요원을 자회사에 임시 편제한 뒤 직고용을 추진한다는 것은 과거 1~2기 노사전문가 합의사항에 있고, 신분을 청원경찰로 변경하는 것도 계속 논의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1일 열리는 공정문화제는 기회 불평등, 과정 불공정, 결과 역차별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취업준비생, 청년단체, 유명 유튜버 등 15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노조는 예상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되고 있어 대규모 인원이 모이지 않도록 규제하는 상황”이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공정게임, 대국민서명, 부러진 연필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이날 원래 계획에 있었던 LED촛불들기 행사는 취소했다. 당일 주변에서 예정된 여러 촛불집회와 중복을 피하고 차별성을 갖기로 했다는 게 노사 측 설명이다.
◇ 노조 "사장의 일방적인 업무처리 불만"
구 사장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공사 직원들의 불만이 누적돼 온 것도 노사간 대화가 쉽게 안 풀리는 이유다. 공사 직원들은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발표는 물론 로고 변경이나 직원 징계 등 업무처리가 전횡에 가깝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공사는 내년 개항 20주년을 맞아 기업이미지(CI) 개선 및 통합작업을 추진하면서 불사조를 상징하는 새로운 로고들을 준비했다. 언론에 공개된 로고는 불사조가 아니라 ‘닭’이나 ‘세 마리 치킨집’으로 희화화되면서 논란이 됐다. 공사 직원 A씨는 “지난 3월 회사는 새로운 로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구 사장이 65% 이상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였다”며 “현재 로고에 대한 불만이 없고, 개항 이후 첫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왜 수십억원 투입해서 로고를 교체하는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사는 공개된 로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제작 샘플들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인천공항의 현재 로고는 해외공항 전문가들이 극찬한 세련된 디자인”이라며 “사장의 일방적 행정처리 때문에 밤새 로고 변경 기사가 나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들은 올해 2월에 단행된 인사 발령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 김모 씨에에게 직위해제와 자택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도 사장의 일방적인 행정업무처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사의 공정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메일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도 징계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으나 사장이 인사위원회 소집을 지시했다는 게 직원들 설명이다.

김모 씨는 인천노동위원회에 부당직위해제 및 부당자택대기발령 구제를 신청해 지난 6월 인정 판결을 받았다. 공사는 그러나 7월13일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공사 관계자는 “조직에 근무하는 구성원으로서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게 한 사실이 있어 인사위원회 의결절차에 따라 인사조치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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