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 경기, 인천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사고 있다.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워낙 오른데다 공급 또한 제한적이어서다.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시장 움직임이 잇따라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31일 부동산114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2만1998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43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3배 늘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인천 아파트를 매입한 건 수는 3143건, 지난해(977건)보다 3.2배 늘었다.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경우 서울에서 매입한 아파트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 금천구와 맞닿은 경기 광명시는 4.6배(182→839건) 서울 중랑구, 광진구 등과 인접한 경기 구리시는 2.9배(183→522건),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경기 김포시는 1.2%(1293→1504건) 늘었다.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 홍대 등으로 이동이 가능한 청라국제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도 3.7%(170→622건) 증가했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 자료를 보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에서 경기, 인천으로 빠져나간 인구 수는 총 17만2878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15만6178명, 인천은 1만6700명이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약 1만1519명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5월 서울에서 경기, 인천으로 이동한 인구 수는 16만1359명이었다.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 접수에서도 서울이 포함된 기타지역 청약 접수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인천지역의 경우 기타지역에서 서울 수요자가 접수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1순위 통장은 무주택자다. 고점과 자금조달이 어려운 서울 보다는 낮은 점수와 자금 조달이 수월한 경기·인천의 새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경기 광주시 초월읍 쌍둥리에서 분양한 ‘광주 초월역 한라비발디’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746가구 모집에 7149명이 지원해 평균 9.6대 1를 기록했다. 접수자 7149명 중 절반 이상인 3671명이 기타지역에서 지원했다. 해당지역(경기 광주시, 3478명)보다 많은 인원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임대차3법 등의 이슈로 서울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인천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서울 인근 경기지역 아파트 매물 구하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수요가 늘면서 미분양 주택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2만9262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미분양이 2772호로 전월(3016호) 대비 8.1% 감소했다.
10명 가운데 7명꼴로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매수 의사가 있다는 설문 조사도 나왔다. 직방이 지난 17∼27일 자사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1982명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내년 6월까지 주택 매수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0.1%가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로 30대(72.9%)와 60대 이상(75.8%)에서 매수 의사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한편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오늘(31일)부터 시행됐다.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매물이 급격히 빠지는 한편,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높은 보증금에 거주중인 서울 세입자들의 탈서울화가 예상되는 또다른 이유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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