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일반 재건축도 공공주택 공급 의무적용"

입력 2020-08-02 15:56   수정 2020-08-02 17:0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건축에도 공공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주택을 임대뿐 아니라 분양으로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발생하는 재건축 초과 이익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며 “세금과 물량으로 각각 환수하는 방식을 정책적으로 검토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대주택 공급 비율(20%)을 의무화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인·허가 과정에서 일정 물량의 기부채납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공공 물량이 결정된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재건축 시 부담금은 물론 ‘물량 환수’를 적극 추진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내대표는 재건축 기부채납 물량에 임대뿐 아니라 공공분양도 포함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원내대표는 “공공주택에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있다”며 “임대와 분양을 적절한 수준에서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내 집 마련’ 수요에 대한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단장으로 정부·여당·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주택 공급대책 태스크포스(TF)는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는대로 추가 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집은 ‘사는 것(매입 대상)’이 아니라 ‘사는 곳(생활 터전)’이 돼야 한다”며 “주택은 공공재라는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집값, 지금보다 감당할 수준에서 떨어지는 게 옳다”
“거자유옥, 주자유택(居者有屋, 住者有宅)”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뷰 도중 펜으로 종이에 이렇게 썼다. 집에 실제 사는 사람이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의미로, 김 원내대표가 즉석에서 만든 말이다. 인터뷰는 지난 30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3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국회에서 만난 김 원내대표는 “자기가 사는 집 외에는 더 가지려고 하면 안된다”며 잘라 말했다. 집값 목표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어렵다”면서도 “집값은 지금보다 감당할 수준에서 떨어져야 하는 게 옳다”고 했다. 부동산 입법을 반대하는 야당을 두고서는 “집값을 내리지 못하게 해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김 원내대표와 일문일답.
▷부동산 관련 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야당이 반대하면 규제하지 않을 것이란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순 없다. 주택은 공공재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부동산 정책을 펼칠 것이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손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적으로 최대한 찾겠다. 투기나 가수요는 최대한 억제한다는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정부·여당에서 추가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시장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실수요자가 부담을 덜고 입주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충분한 공급량이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재건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텐데.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집을 지을 때 생기는 초과 이익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세금 환수 방식과 물량 환수 방식이 있다. 재건축에 두 방식을 적절하게 정책적으로 검토해서 시행할 것이다.”
▷물량을 환수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인가.
“공공주택에도 두 가지가 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다. 모든 공급을 임대로만 다 하는 것은 아니고, 분양으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둘을 적절한 수준에서 배정할 것이다. 임대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분양을 선호하는 세대나 가구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으로 집값이 얼마나 떨어질까.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보다 감당할 수준에서 떨어지는 게 옳다고 본다.”
▷말씀하신 ‘거자유옥, 주자유택’ 원칙을 혹시 법에 명문화하는건 아닌가.
“아예 ‘1가구 1주택’ 규정을 헌법에 만들자는 건데 거기까지는 검토하지 않는다. 관련해서 선언적인 건 우리 헌법에 많이 들어가 있다.”(헌법 23조2항은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를 ‘토지공개념’을 뒷받침하는 조항으로 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제안이 부동산 실책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면 전환이 됐나. 정치를 그렇게 얄팍하게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해결하고 가야 할 오랜 숙제다. 최근 나온 통계 하나는 충격적이었다.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수도권은 전체 국토 면적에 11.8%에 불과하다. 사회 모든 자원이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주택, 교통, 환경 등 구조적 문제가 수도권 내에 생기는 것 아닌가.”
▷세종시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해결되나.
“국토를 균형발전 시키려면 수도권 일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가 돼야 한다. 행정수도 완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부산·울산·경남에서 논의되는 메가시티처럼 문화 수도, 평화 수도 등 여러 다극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서울 시민들이 반대하지 않을까.
“교섭단체 연설 전 국민 사이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수용성이 얼마나 되는지 여론조사를 해서 확인해 봤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다. 서울에서도 찬성이 훨씬 높았다. 충분히 국민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아젠다라고 판단했다.”
▷2004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위헌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행정수도를 만들 수는 없다. 개헌, 국민투표, 특별법 제정, 현행법 개정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국회의 결단이다.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합당과의 합의가 가능할까.
“야당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거나 국면 전환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의에 빨려들지 않으려는 자세인 것 같다. 하지만 행정 비효율과 경쟁력 저하를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본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문제도 있다.
“시중 유동자금이 생산이나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게 큰 원칙이다. ‘한국판 뉴딜’을 하는 데 있어서 민간의 풍부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관련 펀드를 구상하고 실행할 것이다. 과감하게 세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당·정·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당은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넘어서는 주도성이 있다. 대통령도 당의 지위와 역할을 매우 존중해 주고 있다.”
▷여당 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대한 불만이 높은데 이들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있나.
“인사권자의 일이다. 당내에서 두 사람이 법에서 규정한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문제 삼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어서 비판하는 건 아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통합당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통합당에서 추천위원 후보를 찾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정기국회 시작 전에 추천할 것으로 본다. 야당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면 법을 바꿔서라도 할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야 하나.
“차기 당 대표가 주도해 결정하면 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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