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가동이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2월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10년여 만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1일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원자로가 최초 임계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최초 임계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원전 운영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한전은 2012년 7월 착공해 2017년 공사를 완료했지만 UAE 측은 안전성 검토 및 자국 운용 인력 양성 등을 이유로 가동을 연기해 왔다. 이날 원전 가동에도 실제 상업 전력 생산은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송전 및 배전망 등 관련 인프라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바라카 원전은 아랍권 첫 번째 대규모 상업용 원전이기도 하다. 이란에 부셰르 원전이 있지만 발전량이 10만㎾로 미미하다. 이란은 문화 및 지리적으로 아랍과는 차이가 있다. 셰이크 무함마드 UAE 총리는 “아랍권의 첫 평화적 원자력 발전소를 성공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원전 4기를 모두 가동해 UAE가 필요한 전력의 25%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자축했다.
원전 가동을 전후해 UAE 주요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압둘라 빈 자이드 UAE 외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바라카 원전 관리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UAE 원자력공사(ENEC)는 원전 관리와 관련된 실무 대표단을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 간 인력 이동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자가격리 등 불편을 감수하면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국내의 탈원전 정책과 별도로 해외 신규 원전 수주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3GW 규모의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21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이 첫 번째 대상이다. 2017년 12월 획득한 우선협상자 지위를 6개월 만에 상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본 도시바 등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체코의 신규 원전 수주전에도 뛰어들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1200㎿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8조원 정도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동에서는 터키와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과 운영이 관련 사업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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